"어정쩡하게 굴면 韓기어올라"...'포스트 이시바' 부상한 여자 아베, 누구?

입력 2025-09-09 20: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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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패전 80년을 맞은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패전 80년을 맞은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총리 선출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시바 총리 퇴진이 양국 관계에 미칠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9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차기 총재 선거 일정을 '9월 22일 고시, 10월 4일 투표'로 정했다. 이에 따라 이달 22일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고 내달 4일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투표를 통해 새 총재가 선출된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면 통상 본회의 투표를 거쳐 총리에 지명되며, 닛케이는 10월 중순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뽑히는 새 총재의 임기는 이시바 총리의 잔여 임기인 2027년 9월까지다.

차기 총리 후보로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전 장관은 14%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고, 고이즈미 장관이 9%로 뒤를 이었다. 민영 TBS 계열 JNN의 여론조사에서는 다카이치 전 장관과 고이즈미 장관이 공동 1위에 올랐다.

다카이치 전 장관은 출마 의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에 필요한 추천인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20명 확보도 윤곽이 잡혔다. 다카이치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밀리며 역전패했다.

다카이치 전 장관은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가까운 관계로 '아베 키즈'로 불리며 극우적 성향을 계승해 '여자 아베'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지난 8월 15일에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그는 그동안 "총리가 되더라도 야스쿠니 신사에 계속 참배하겠다", "야스쿠니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 것"이라며 한국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21년 처음 도전한 총재 선거에서 3위에 그쳤던 그는 지난해 재도전해 1차 투표에서 선두에 올랐으나 결선에서 역전패했다. 만약 이번에 당선된다면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고이즈미 장관은 2019년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다뤄야 한다"는 발언으로 한국에서 '펀쿨섹좌'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정치적 기반을 물려받았으며, 지난달 한국을 다녀간 직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아직 출마 여부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지는 않았다.

이 외에도 고노 다로 디지털 담당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도쿄를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다음에 (이시바씨가) 한국을 방문할 때에는 지방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하며 양국 협력 지속에 기대를 드러냈다. 이번 사임 발표 후 대통령실은 "이시바 총리의 사의 표명과 관련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일본 국내 정치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일본 총리를 초청한 상태다. 이 때문에 새롭게 선출될 총리가 첫 해외 무대로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