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쪼개고 방통위 폐지 결정
권력기관 견제·균형 무너질 우려
정부여당이 확정한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안이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고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검찰청 폐지와 기획재정부 분리 등 형사사법·경제 운영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결정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정치적 이해가 국민 복리보다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발표한 개편안의 핵심은 검찰청 해체와 수사·기소 기능 분리다. 검찰청이 설립된 지 76년 만에 사실상 해체되는 것으로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중대범죄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된다.
이로써 행정안전부 권한이 급격히 비대해지고, 경찰·공수처·중수청 간 권한 중첩으로 인한 과잉 수사 부작용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검찰의 보완수사권 논의조차 법 통과 후로 미룬 점은 공론화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 부문에서는 기획재정부가 해체 수준으로 분리된다. 재정경제부가 세제·경제정책·금융을 맡고, 신설 기획예산처가 예산·재정을 담당한다. 금융위원회 또한 기능이 쪼개져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대신 기관 간 혼선과 중복 규제 가능성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이는 여권이 기재부의 확장재정 반대 기조를 우회하려는 조치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예산 기능을 총리실로 옮기는 것은 재정 건전성 관리보다 정치적 입김 강화로 읽힌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폐지와 여성가족부 개편 역시 진영 논리에 따른 결정이라는 비판이 많다. 여가부는 성평등가족부로 확대되지만, 이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방통위 폐지 또한 특정 인사 배제를 위해 조직 전체를 해체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김천)는 이를 "무절제한 생체실험"이라고 규정했고, 대구 출신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역시 "국민을 실험쥐로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정권 교체기마다 정부 조직 재정비 논의는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단기간에 핵심 사법·경제·사회 기능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친 사례는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선거 컨설팅 전문가 이주엽 엘앤피파트너스 대표는 "국민 안전과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개편이 정파적 이해에 치우쳤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면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권력 구조는 효율성보다 불안정성을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제 쇠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 조직은 백년대계로 설계돼야 한다"며 "이번 개편처럼 진영 우선 접근은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고 제도적 불안정만 키운다"고 덧붙였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개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분히 감정이 섞인 것으로 비치는 지점이 있다"면서 "조직이 형해화되거나 분리된 곳의 공통점은 이른바 정권에 '찍힌 곳'이다. 장기적 안목과 공감대 안에서 개편 작업이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