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돌보는 70대, 나이 잊은 '노노 케어'…보람찬 노년 울진 요양보호사 4인

입력 2025-09-10 16:20:01 수정 2025-09-10 19: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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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74세 왕성한 활동

김영자 요양보호사
김영자 요양보호사

이경자 요양보호사
이경자 요양보호사
박종규 요양보호사
박종규 요양보호사

최정화 요양보호사
최정화 요양보호사

경북 울진군 기성면에 있는 드림돌봄센터(이하 돌봄센터)에는 나이를 잊은 채 노년을 아름답고 보람차게 보내고 있는 4명의 요양보호사가 있다. 이경자(80), 박종규(76), 김영자(73), 최정화(68) 요양보호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어르신 수급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손발이 돼주고 있다. 이들이 돌보는 어르신들과의 나이 차이는 10여 살에 불과하다. 60, 70대가 80, 90대 어르신을 돌보는 '노노(老老) 케어' 시대를 직접 경험하는 산증인이다.

가장 연장자인 이경자 요양보호사는 노노 케어 시대의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80대 현역 요양보호사는 울진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는 것이 돌봄센터 이헌태 사회복지사의 귀띔이다.

어릴 적 간호사가 꿈이었던 그는 56살에 첫 발을 디딘 후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모신 어르신은 70여 분. 이중 돌아가신 30여 분이 마지막까지 그의 보살핌을 받았다. 이 요양보호사는 "그만두고 싶어도 어르신들이 놓아주질 않는다. 말동무도, 바깥 일도 제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니까…. 어르신들 덕분에 인생 후반부가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불과(?) 4살 아래인 박종규 요양보호사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70대 중반 남성 요양보호사가 귀한 데다 최고령급 남성 요양보호사다. 남성 특유의 힘으로 안마와 마사지도 해주는 데다 병원 동행이나 산책 부축, 전기나 수도 수리 등 든든한 가족 같은 존재다. 울진의 한 광산에서 화약담당자로 일했던 그는 70세를 넘길 무렵 광산이 폐광되면서 부인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했다. "어르신들이 '지금이 너무 좋다. 다른 사람들은 필요 없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 주면 좋겠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

후포면에서 횟집과 국밥집을 운영했던 김영자 요양보호사는 환갑을 넘기면서 식당을 접었다.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 지역 어르신을 돌보겠다고 마음먹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며 식당 운영 경험 덕분에 요리를 잘해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는 "대소변도 스스로 처리 못하는 어르신, 거동이 어려워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돕다 보면 돌아가신 어머니께 못다 한 효도를 조금이나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일흔을 앞뒀지만 50대처럼 고운 최정화 요양보호사는 2012년 돌봄센터 창립 멤버다. 뇌정맥류로 머리를 여는 수술을 받았음에도 태연한 모습으로 일하고 있다. "집을 나설 때는 나를 비우고 간다. 나를 고집하면 어르신들께 맞출 수 없지만 나를 버리면 어르신께 맞출 수 있다"고 했다.

이헌태 돌봄센터 사회복지사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아름다운 일을 해내는 수많은 천사들이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면서 "삶을 대하는 이들의 진지한 태도 속에서 네 분을 '우리 모두의 스승'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