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 지반침하 공사 중 전력 케이블 손상…한전, 수성구·시공사에 억대 소송 제기

입력 2026-02-27 17: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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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공사 중 추락한 폐아스콘에 전력 케이블 일부 손상
한전 교체 비용 요구…시공사 "한전 설비에 결함"

지난해 5월 범어네거리 일원에서 진행된 도로 침하에 따른 아스팔트 포장도로 굴착 복구 공사 현장. 수성구 제공
지난해 5월 범어네거리 일원에서 진행된 도로 침하에 따른 아스팔트 포장도로 굴착 복구 공사 현장. 수성구 제공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지반 침하 복구공사를 하던 중 지하에 매설된 전력 케이블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수성구청과 시공사를 상대로 억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격화될 전망이다.

25일 수성구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해 5월 23일 범어네거리 일대 동대구로 중앙차선에서 진행된 지반 침하 구간 확인 및 굴착 복구공사 도중 발생했다. 굴착 과정에서 발생한 폐아스콘 덩어리들이 지하 전력구 내부로 추락하며 매설된 전력 케이블 3개를 타격한 것이다. 조사 결과 케이블의 파손 정도는 긁힘이나 눌림 등 비교적 경미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굴착 과정 중 훼손된 전력 케이블. 수성구 제공
굴착 과정 중 훼손된 전력 케이블. 수성구 제공

한전은 사고 발생 일주일 뒤 전력구 자체 점검 과정에서 내부로 유입된 폐아스콘과 손상된 케이블을 발견했다. 이어진 현장 점검을 통해 전력 케이블 하나의 손상이 깊어 교체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 한전은 수성구청과 시공사에 케이블 교체 비용 1억9천500만원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당하자 지난해 11월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 측은 케이블 외부 손상이 즉각적인 고장을 유발하지 않더라도 성능 저하나 설비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변상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굴착공사 전 한전에 공사 사실을 알리고 입회 요청을 해야 하나 그렇지 않았다"라며 "교체한 케이블은 손상이 가장 심한 것으로 절연체 손상 가능성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공사는 한전 설비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시공사 측은 "이번 사고는 한전 지중 설비의 구조적 불안정과 보호 조치 미흡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시공사의 단순 과실로만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당시 맨홀 뚜껑이 정상적으로 고정돼 있지 않은 상태여서 굴착 공사 도중 뚜껑이 틀과 분리됐고 그 틈으로 폐아스콘이 들어갔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수성구는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성구 관계자는 "구청의 작업 지시에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한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라며 "시공사의 과실이 명확하더라도 업체 측이 부담해야 할 문제이지, 구청은 구상 청구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