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韓 공장 불법 체류자 단속…체포된 475명 중 300여명 한국인
국내 기업 수백억달러 투자 대가…'비자 위반 낙인' 실망감 커져
자국 산업 보호 위해 동맹 위협…美 안전한 투자처로 볼 수 있나
미국 조지아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 공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미국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에 무더기로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 한미 간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이 남미와 제3세계 국가 중심으로 불법 이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동맹국 국민까지 동일선상에서 단속 대상으로 삼아 국내에서는 과연 '동맹국이 맞나'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지난 4일(현지시간) 현장을 급습해 475명을 붙잡았고, 이 가운데 한국인만 300여 명에 달한다. 미국 측은 이들이 발급받은 비자와 실제 활동 내용이 불일치했다는 이유로 단속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합법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아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하루아침에 불법 이민자와 같은 취급을 받으며 체포됐다는 점에서 경제계의 충격은 크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까지 미국 투자를 확대하려던 상황에서 지역의 한 기업인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동맹국 근로자까지 단속 대상에 포함시켰다면, 앞으로 미국을 안전한 투자처로 볼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사건의 배경을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법안을 추진하면서 중국 기업을 제외한 것이 이번 조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또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강경 이민 정책이 기계적으로 적용된 결과라는 현실적 해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속 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말하며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했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는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한국인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정치권도 즉각 반응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정부는 '700조 선물 외교'에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교민의 안전과 기업인의 권익이라는 기본적 국익을 지키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은 수백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한 대가로 '비자 위반 혐의자'라는 낙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은 이유는 안정적 경영 환경을 기대했기 때문인데,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투자 매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며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출발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기업과 공조하에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