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3층 열린수장고
윤복진, 김성도 등 자필 원고 전시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창작의 혼을 불태운 대구 예술가들의 열정과 철학을 그들이 남긴 필적(筆跡)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9일부터 대구예술발전소 3층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수장고에서 볼 수 있는 '필적, 예술가의 내면 풍경'은 문화예술아카이브 소장 자료 중 예술가들의 자필 원고 20여 점을 선별해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에서는 윤복진(1907~1991) 아동문학가가 원고지 뒷면에 쓴 동시 2편을 비롯해 ▷김성도(1914~1987) 아동문학가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번역 원고(미출간) ▷최춘해(1932~2025) 아동문학가의 대표작 '시계가 셈을 세면' 자필 원고와 책 읽기의 중요성을 기록한 원고 ▷이점희(1915~1991) 성악가의 음악 관련 자필 노트와 '지방 오페라단 육성 발전' 원고 ▷김진균(1925~1986) 작곡가의 독일어 논문 심사 결과 번역 원고, 자필 악보 노트 등이 최초로 공개된다.
또한 ▷우종억(1931~2022) 작곡가의 자필 '음악 약사(略史)' ▷장영목(1934~) 합창지휘자의 '한국가곡의 밤 선구자' 일본 공연 팸플릿과 수록된 초고 ▷임우상(1935~) 작곡가의 '음악교사의 역할' 강의 자필 원고 ▷김기전(1935~) 무용가의 김소라 무용가에 대한 회고와 무용평 원고 ▷이필동(1944~2008) 배우의 연기에 대한 이론 자필 원고 2권과 연극 개론 노트 등도 볼 수 있다.
특히 무용가 김상규의 일기장에서는 법관이 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일본 유학을 떠난 후 일본에서 겪은 생활고,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 무용가 최승희를 동경하는 글 등이 담긴 일기를 통해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한 번민을 엿볼 수 있다.
작곡가 우종억이 작고하기 두 해 전 작성한 '음악 약사'는 음악가로서 살아온 그의 행적과 그가 추구하는 인간상 '보은성덕(報恩成德)'의 정신을 다시금 새길 수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예술가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마음으로 창작에 임했는가'를 조명하며 예술가들의 자필 원고가 단순한 기록적 가치뿐 아니라, 한 사람이 예술가로 살아가는 생생한 발자취와 정신이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