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나를 품어주는 어머니 같은 앞산의 따뜻함, 그림에 담았죠"

입력 2025-11-04 11: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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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채 동양당한의원 원장 세 번째 개인전 '앞산에 살어리랏다'
대덕문화전당 초대로 진행…11월 15일까지

정성채, 앞산에 살어리랏다, 260x162cm, oil on canvas, 2025.
정성채, 앞산에 살어리랏다, 260x162cm, oil on canvas, 2025.
정성채, 앞산케이블카 풍경, 130x162cm, oil on canvas, 2025.
정성채, 앞산케이블카 풍경, 130x162cm, oil on canva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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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채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이연정 기자
정성채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이연정 기자

"30년 간 늘 바라본 앞산은, 저를 온전히 품어주고 보듬어주는 어머니, 할머니 같습니다. 제왕 같은 팔공산, 신선 같은 비슬산과는 또 다르게 따뜻하고 다정다감하죠. 산 길과 잎사귀, 석양빛, 산 아래 터전의 모습을 그리며 그런 느낌을 담아보려 했습니다."

광주 출신의 그가 1995년, 아내를 따라 대구에 처음 들어설 때 그를 반겨 맞아준 것은 앞산이었다. 부부 한의사로, 아내와 함께 영남대병원 네거리 모퉁이의 동양당한의원을 운영해온 그는 한의원 창문 너머로 앞산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앞산을 마음껏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앞산을 처음 만난 지 꼭 30년인 올해, 마침 대덕문화전당에서 그에게 전시를 열자고 제안했다. 지난 3일 1, 2전시실에서 개막한 정성채 초대전 '앞산에 살어리랏다'는 그가 마침내 앞산을 주제로 그린 신작들을 모아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장은 해넘이고갯길과 앞산케이블카, 안일사, 봉덕시장 등 우리에게 익숙한 앞산의 풍경과 그 아래에서 펼쳐지는 생활상을 담은 그림들로 채워졌다.

200호, 100호의 대작이 적지 않고, 전시 작품 수가 60여 점에 이른다. 한의원 원장으로 이런저런 일을 하기에도 바쁠텐데 언제 이런 짬을 냈나 싶을 정도. 그는 스스로를 "10분 화가"라고 얘기한다. 그는 "한의원 한 쪽에서 틈틈이 그릴 때도 있다. 10분이 짧은 것 같지만 많은 진척이 있다. 물론 밤을 지새우며 그리는 그림이 더 많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전시된 정성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전시장에 전시된 정성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전시장에 전시된 정성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전시장에 전시된 정성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전시장에 전시된 정성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전시장에 전시된 정성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그는 90년대 초반, 광주에서 미술학원을 하는 사촌 매제로부터 그림을 배운 뒤 궁동갤러리에서 첫 취미그룹전을 가졌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줄고 편안하게 안주하려하건만, 그림에 대한 그의 열망은 나날이 커져갔다. 틈 날 때마다 꾸준히 그림을 그려온 결과 2022년, 칠순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올 초 수성아트피아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가진 지 9개월 만에 갖는 세 번째 개인전이다.

"이전에는 형태 등을 묘사하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내 정서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오히려 붓질이 풀리고 그림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 그림을 어떻게 볼지 잊고 편안하게 작업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앞산의 풍경이 담겨있지만, 있는 그대로를 옮긴 것은 아니다. 그가 앞산을 바라보며, 앞산 속에서 느낀 감정을 통해 재해석된 풍경들이다.

또한 그의 그림에는 차가 달리는 대로부터 산 속의 오솔길까지, '길'이 많이 등장한다. 그는 "예전 작품 속의 길이 '추구'를 의미했다면, 이제 나에게 길은 위로이자 동행"이라며 "이미 우리는 끝없는 길 위에 놓여있고, 함께 나아가야 할 운명 같은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파 소식의 시 '제서림벽(題西林壁)'을 읊었다. "앞에서 보면 등성이, 옆에서 보면 봉우리/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에 따라 그 모습은 제각각이니/ 여산의 참모습(여산진면목)을 알지 못함은/ 단지 이 몸이 산 속에 있기 때문이라. 각자의 생각 속에 '앞산진면목'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역 주민들과 '앞산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전시는 15일까지 이어지며 일요일은 휴관한다. 053-664-3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