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놓인 대구 출자·출연] '年 1조 살림' 기관들 수백억 쓰는데 집행도 감시도 '깜깜이'

입력 2025-08-31 21:00:00

① 수백억 예산에도 관리·감독 부실
市 출자·출연기관 올해 예산 9천88억…전년 7천362억원 대비 대폭 증가
기관 출연금 537억…문화예술진흥원 175억, 신보 150억, 행복진흥원 73억원
위탁사업비 시비만 2천억 육박…열악한 세수여건에도 2천532억원 흘러가
막대한 예산 깜깜이 집행 우려…조례안 시행에도 형식적 점검에 그치는 한계

대구시청 동인청사. 대구시 제공.
대구시청 동인청사. 대구시 제공.

경기 침체와 세수 부족으로 재정이 열악한 여건에서도 대구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에는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뒷전인 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022년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이후 기관 규모는 커졌지만 일부 기관들은 주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운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재정 지원의 효율성을 재점검하는 한편 관리·감독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1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 출자·출연기관의 올해 예산은 9천88억원으로, 지난해(7천362억원)보다 대폭 증가했다. 이 예산은 대구시 출연금, 위탁·대행 사업비, 각종 운영비와 인건비, 일부 자체 수입 등으로 구성된다.

대구시 출자·출연기관은 ▷㈜엑스코 ▷대구정책연구원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대구의료원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테크노파크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대구신용보증재단 8곳이다. 모두 대구시 예산으로 설립·운영된다.

올해 대구시가 이들 기관에 투입한 출연금은 모두 537억원이다. 문화예술진흥원이 17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용보증재단(150억원), 행복진흥원(73억원), 의료원(61억원), 정책연구원(4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별도로 공공위탁사업도 2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출자·출연기관의 위탁사업비인 지원사업 예산은 국비(1천606억원)를 제외한 시비만 1천995억원에 달한다.

기관별로는 문화예술진흥원이 667억원, 테크노파크 521억원, 행복진흥원 276억원, 디지털혁신진흥원 263억원 등 수백억원대 시비를 받았다. 올해 대구시 재정이 출자·출연기관에 흘러간 전체 규모는 약 2천532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데도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역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이를 기관의 방만 운영과 감사 때마다 무더기로 적발되는 위법·부당 행위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이에 지난해 10월 대구시의회는 '출자·출연기관의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 감시·감독 기능 강화를 시도했다. 기관의 예·결산서에 대한 시의회 제출을 의무화하고 출연금 부적정 집행 시 시장이 감사할 수 있도록 했다.

육정미 대구시의원은 "출자·출연기관의 예산들이 어떻게 집행되고 어느 정도 적절하게 가는지 항상 의구심이 있었으나 자료를 요청했을 때 이를 받기도 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전히 구조적 한계는 크다. 기관 자료는 대구시를 거쳐 시의회에 간접적인 형태로 제출하는 방식이라 직접적인 점검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감사 권한 역시 시장에게 집중돼 의회 차원의 제어 장치는 부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구시의회 관계자는 "예산서를 바로 확인할 수는 없고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예산 심사도 의회가 할 수 없어 제약이 크다"며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일반출연금은 집행 용도가 포괄적이라 세세한 내역 검증이 쉽지 않다. 특정 사업에 투입되는 목적출연금은 사실상 보조금 성격과 유사하지만 집행 적정성을 확인할 제도적 장치는 미비하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출연금 등은 매년 조금씩 변동이 있는데, 부서마다 소관 출자·출연기관 관리·감독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