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특검 설명 중 "정신나간 잭?" 끼어든 트럼프, 농담 속 뼈 있었다

입력 2025-08-26 20:27:41 수정 2025-08-26 20:32:41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밴스 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밴스 부통령. 연합뉴스

"특검? 정신 나간 잭 스미스 (말하는 거) 아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내 특검 수사 관련 대목에서 자신을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를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이날 회담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렸으며, 두 정상은 안보, 통상, 기술 협력 등을 폭넓게 논의하는 가운데, 한국 내 특검 수사와 관련한 돌발 발언이 대화 도중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도중 한국 특검의 교회, 미군기지를 겨냥한 수사를 언급하며 "정보 당국으로부터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다고 들었고 이후에 그 얘기를 할 것"이라며 "사실이라면 매우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한국이 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에 따른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회로부터 임명을 받은 특검이 사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저의 통제 아래 있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검찰이 팩트체크를 하고 있다. 미군을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니라 한국군의 통제 시스템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 측 통역을 맡은 조영민 대통령실 행정관이 "국회로부터 임명받은 특검"이라는 말을 전하던 중 끼어들며 "혹시 그 특검이 정신 이상자(deranged) 잭 스미스(트럼프 기소 검사)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잭 스미스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보냈다. 정신 나간 잭은 병든 인간"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농담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돌출 발언에 회담장 분위기는 일시적으로 웃음으로 번졌다. 그의 오른편에 앉아있던 J 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이 웃음을 터뜨렸고, 우리 측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웃음을 보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비록 "농담"이라고 했지만,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예민한 국내 정치 이슈가 미국 정상과의 자리에서 언급된 만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순간이었다.

잭 스미스는 2022년 바이든 행정부 당시 특별검사로 임명돼, 2020년 미국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기밀문서 유출 의혹 등을 수사하며 트럼프 당시 전 대통령을 기소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관련 수사와 재판은 중단됐고, 스미스는 올해 초 사임했다. 트럼프는 당시 스미스 특검의 수사를 "마녀사냥"이라며 강하게 비판해 왔으며, 현재 스미스는 정치적 편향 수사 의혹으로 연방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발언과 관련해 "이재명 정권 특검의 주한미군기지, 교회 압수수색 문제 등 그 자리에서는 오해라고 했지만, 이재명 정권 특검의 정치보복성 수사를 잭 스미스에 빗대는 뼈있는 농담에 이어 해당 이슈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말을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며 "이재명 정부의 무도한 정치상황이 우리 국익에 해가 될 수 있음이 암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