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현실이다. AI로 대체(代替)할 일자리가 늘면서 채용이 줄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선 20대 직원이 2년 만에 33%, 28%씩 감소했다. 'AI 전환'에 착수한 SKT와 LG유플러스는 3년 만에 신규 채용을 각각 30%, 62% 축소했다. 삼성SDS와 LG CNS의 신규 채용도 3년 만에 30~40% 줄었다. AI가 양질(良質)의 청년 일자리를 뺏고 있다. 사람과 AI의 '밥벌이 전쟁'이 시작됐다. 임금 저하도 불가피하다. 청년들의 미래는 우울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가 자금을 댄 비영리(非營利) 연구재단 오픈리서치가 2020년 11월부터 3년간 '보장소득' 실험을 했다. 미국 일리노이·텍사스주 주민 1천 명에게 매월 1천달러를 지급한 뒤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였다. 실험 참가자들의 평균 가구 소득은 연간 3만달러 정도로, 이들에게 지급된 돈은 기존 소득의 40%였다. 이 연구의 '보장소득'은 정해진 기간만 돈을 준다는 개념으로 우리가 아는 '기본소득'과 다르다.
이 연구를 이끈 에바 비발트 미국 토론토대 경제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급된 돈이 소득의 큰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지만, 수급자(受給者)의 삶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결과는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평균을 놓고 볼 때, 긍정·부정 모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공돈'으로 술·마약 같은 나쁜 소비를 할 것이란 우려는 물론 경제적 여유로 인해 고용의 질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빗나갔다고 한다. 일하는 시간은 줄었다. 주당 21시간 정도였던 근로시간은 1.3시간 감소했다. 주관적 행복도는 현금 지급 첫해에 올랐다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쾌락 적응' 현상으로 풀이된다. 관점(觀點)에 따라 이 실험 결과의 의미는 다를 수 있다. 노동시간이 줄었다는 사실만 해도 큰 효과다.
한국에선 핀란드가 실험한 기본소득이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중간 발표 자료만 인용(引用)한 정보다.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수급자의 삶의 만족도와 정신건강이 개선됐고, 일부에서는 노동시장 재진입률도 높았다. 아직 우리 사회엔 기본소득에 대한 부정 인식이 많다. "돈을 나눠 주면 일하지 않게 된다"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 그런데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으면 어떡하나.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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