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채 발행 의존 확장 재정, 후손에게 죄짓는 일

입력 2025-08-18 05:00:00

이재명 정부는 '확장 재정'에 필요한 재원을 세입 확충(擴充)과 지출 절감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시절 감세를 원상회복하고, 불필요한 재정지출과 조세지출을 과감히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저하에다 관세 충격까지 겹쳐 기존 세수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증세는 부담스럽다. 지난 13일 국정기획위원회는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 과제 이행에 5년간 210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 예산안부터 27조원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지출 절감으로 5년간 116조원을 조달하고 부족한 94조원은 세입 확충으로 채우겠다고 했다.

올해 세제개편안이 원안(原案)대로 통과되면 법인세·증권거래세·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교육세 인상 등을 통해 5년간 35조6천억원 확보가 가능하지만 여전히 60조원가량 부족하다. 턱없이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윤석열 정부 첫해 60%까지 낮춘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재상향 등 다양한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시장 상황을 볼 때 증세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려면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옆집에서라도 빌려 씨를 뿌려 가을에 한 가마니를 수확할 수 있다면 당연히 씨를 빌려다 뿌려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은 증세와 지출 절감 외에 국채 발행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채는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한다. 묵은 숙제인 저출산·고령화 탓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재정마저 위태로운 판국에 국채까지 짊어져야 한다. 과감한 재정 투입을 통해 경제가 살아나고 '한 가마니' 수확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나랏빚 증가가 너무 가파르다. 국가 채무는 1천300조원대로 불어났는데, 문재인 정부 초기에 비해 2배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과연 확장 재정만이 해답인가. 가뭄에 어렵사리 댄 물이 고루 퍼지면 좋겠지만 어느 한 논에만 치우칠 수도 있다. 돈이 넘쳐날수록 빈부격차가 커지는 이유는 자명(自明)하다. 확장 재정도 그런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