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 사업 부도로 생계 어려워
책임감 없는 남자 만나…두 아이 홀로 키워
건강 악화로 수술비만 수천만 원
가난으로 아이들 엇나가나 걱정
가난은 강정연(51·가명) 씨의 가장 오래된 벗이자 원수다. 떼놓으려 몸부림쳐도 더 가까워지기만 하는 것. 정연 씨는 어릴 적 아버지의 사업 부도 이후 한순간도 풍족한 마음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건강은 계속 나빠졌고, 그에 따른 치료비를 충당하느라 빚만 점점 쌓여갔다.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는 경찰서까지 드나들며 속을 썩였다. 정연 씨는 어찌 된 일인지 날이 갈수록 눈물 흘릴 일만 늘어난다고 했다.
◆홀로 가족들 부양…끊이지 않는 가난
정연 씨는 어릴 적 아버지의 사업 부도를 겪었다. 그 일로 수십억 원의 빚을 지게 된 가족은 오랜 시간 집 앞을 찾아오는 빚쟁이와 가정 안으로 발을 들이는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정연 씨는 학교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자주 학급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부도 이후 집에 눌러앉은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빚을 갚아 나갔다. 좁은 단칸방에서 일곱 가족이 지내는 게 너무 싫었던 정연 씨는 자주 방황했고, 끝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집을 나왔다고 했다. 혼자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전국을 떠돌며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식당, 다방, 회사, 장사, 막일까지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뭐든 했다. 하지만 생활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정연 씨는 결국 20대 초반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단둘이 막막한 생계를 책임져 나가야 했다.
삼십 대 초반, 혼담을 나누는 남자가 생긴 정연 씨는 자신의 삶에도 꽃필 날이 찾아올까 기대했다. 하지만 정연 씨의 상대는 알고 보니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고, 임신한 정연 씨를 전혀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정연 씨는 홀로 아이를 낳아 길렀다. 양육비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먹고 살기 바빠 배신감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는 정연 씨는 딸을 키우기 위해 연고 없는 대구로 내려와 직장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렇게 식당과 공장, 슈퍼마켓 등을 전전하며 아이를 부양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쯤 정연 씨에게 새로운 인연이 찾아왔으나, 그 남자 역시 임신한 정연 씨나 아이에게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수 개월에 한 번씩 얼굴을 보던 남자와 헤어진 이후, 정연 씨는 두 아이를 혼자 돌봤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힘에 부칠 때쯤 주식을 한다는 큰아들에게 재산을 빌려줬다가 생계가 어려워진 부모님이 정연 씨를 찾아왔다고 했다. 정연 씨는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어 가족들을 부양했다. 열심히 일했으나 가난은 정연 씨를 떠나지 않았다.
부모님 건강이 갈수록 나빠졌다는 점도 문제였다. 정연 씨는 십여 년 전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된 아버지를 돌봐야 했다. 치매까지 찾아온 아버지는 망상에 시달리며 가족들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고 병원에서 난리를 피우기도 했다. 남편의 치매 증세가 갈수록 심해지자 정연 씨 어머니는 가정을 분리해 나갔는데, 그런 어머니마저 5년 전 뇌졸중으로 거동이 어려워지셔 종종 정연 씨 도움을 필요로 했다.
◆건강 악화, 아이 사춘기…막막한 상황에 눈물만 많아져
최근 정연 씨를 괴롭게 하는 요소는 성치 않은 몸과 사춘기가 온 둘째 아이였다.
정연 씨에게는 선천적인 치아 질환이 있다. 수년 전부터 이 시림과 통증을 겪었던 정연 씨는 2년 전쯤 미음이 아니면 입에 대지도 못하고 물도 못 마실 정도로 통증이 악화됐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정연 씨에게 잇몸뼈가 없어 상악동 거상술을 받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찾아가 수천만 원을 들여 받아야 하는 큰 수술이었는데, 고통에 몸부림치던 정연 씨는 빚을 내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빚은 여전히 정연 씨를 옥죄고 있다. 매달 기초생활보장 수급비와 부업으로 130만원 정도가 수중에 들어오는데, 카드빚으로만 150만원이 나갔다. 가끔 아르바이트를 하는 큰딸에게 손을 벌리기도 할 정도로 생활이 막막했다. 그런 상황에서 찾아온 고관절 골괴사증까지 정연 씨를 힘들게 했다.
그동안 다리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며 일을 해오던 정연 씨는 지난해부터 통증이 너무 심해져 공장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는 거동이 어려운 정연 씨에게 줄기세포 이식술을 받아보자고 권유했는데, 이 또한 수천만 원이 필요한 수술이었다. 곧 있을 수술 일정 상담을 앞두고 비용 문제와 입원 시 아이를 혼자 둬야 한다는 걱정이 정연 씨를 잠 못 들게 했다.
숨 막히는 상황이 반복되며 정연 씨는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었고, 최근 당뇨 진단까지 받게 됐다. 집안 형편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도 자꾸 어긋나는 것 같았다. 지금은 큰 의지가 되는 첫째 딸도 고등학교 때까지 방황하며 정연 씨 속을 썩였다. 초등학생 때 학교폭력을 당한 뒤 학교 가기를 거부하던 둘째는 중학교 2학년이 돼서도 여전히 교우관계와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연 씨가 바라는 점은 크지 않다. 밥은 먹고 살 수 있기를, 걷는 것만 제대로 할 수 있기를. 정연 씨는 아이들 앞에서 울지 않기 위해 애쓰지만 요즘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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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낡은 집 다섯 가족, 아빠 박영현 씨에 2,213만원 전달
금전 감각에 문제 있는 배우자와 최근 이혼 절차를 밟으며 낡은 집에서 네 아이를 부양하고 있는 박영현 씨(매일신문 8월 5일 12면 보도)에게 2천213만7천605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20만원 ▷전시형 10만원 ▷안현숙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하혜련 5만원 ▷방일철 3만원 ▷신종욱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은서 1만5천원 ▷권증남 1만원 ▷양태자 1만원 ▷가지영 5천원 ▷김진혹 5천원 ▷이장윤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말기 암 투병 중인 허은숙 씨에 1,885만원 성금
두 달 전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입대한 아들을 기다리며 정돈 안 된 낡은 집에서 홀로 투병 중인 허은숙 씨(매일신문 8월 12일 12면 보도)에게 39개 단체, 114명의 독자가 1천885만5천817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윤남귀)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무림엔텍석도원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신영메딕스(신원상)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청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고려실리콘산업 5만원 ▷다비치커피대명마루점 5만원 ▷법무사황갑용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진숙 유주영 이신덕 각 30만원 ▷박철기 이성익 각 20만원 ▷곽용 김미정 민종식 박정미 장정순 조득환 최창규 황우원 각 10만원 ▷이동욱 7만원 ▷김광복 김순향 김영수 김주도 백미화 서정오 신지연 안금송 안대용 유명희 이종하 이혜경 이효진 임채숙 전우식 최상수 최한태 홍혜림 각 5만원 ▷박경욱 박승호 오승면 유보애 이응섭 이재열 장용수 한성훈 황인찬 각 3만원 ▷이영수 2만5천원 ▷곽혜숙 권오영 권유진 권혁필 김기태 김유경 김지연 남영희 류휘열 박용준 배정준 서숙영 서은주 이재민 이해수 정창 각 2만원 ▷강지원 곽윤정 김경영 김균섭 김다영 김성진 김주현 김준우 김태천 김흥균 박명숙 박옥임 박인배 박태용 박홍선 백진규 변희광 서윤하 신광수 우철규 유귀녀 윤진모 이아영 이영수 이용산 이운대 이유록 이진우 이희태 정서원 조영식 최경철 최웅환 각 1만원 ▷문민성 7천원 ▷손희정 5천원 ▷최연준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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