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항상성(恒常性)이 깨지면서 이변이 속출하고 먼 미래를 다룬 영화의 소재로만 여겨졌던 극한의 기상 현상이 수시로 벌어지자 '기후 스트레스'까지 생겨났다. 농작물은 직격탄을 맞았다. 식량작물은 물론이고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과수 수확량도 급감했다. 급기야 선선한 강원도 산간에서 재배되는 고랭지 배추마저 사라질 판이다. 2050년대엔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의 97%가 없어진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초콜릿 원재료인 카카오빈(코코아) 가격은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불과 3년 전에 비해 3배나 올랐는데 이상고온, 홍수, 병충해 탓에 작황이 크게 악화돼서다. 최근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식량안보 장관회의 핵심 주제로 기후변화가 등장한 것은 당연하다.
얼마 전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4만1천 년 전 지구 자기장(磁氣場) 변화 탓에 지표면에 닿는 자외선과 우주 방사선이 폭증했는데, 1천 년이 흘러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고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다. 중위도 지역까지 쏟아진 자외선과 우주 방사선 때문에 여러 생물종이 멸종했다. 연구진은 현생 인류가 동굴에 살면서 황토를 피부에 발라 자외선을 차단한 것이 생존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시간이 흘러 지표면 생명체는 자외선 공포에서 벗어났다.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이 막아 준 덕분이다. 그런데 지난 1985년 남극 상공에서 거대한 오존 구멍이 발견됐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 중에 빌 게이츠의 기후테크 지원이 눈에 띈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 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 2015년 설립 후 35억달러(약 5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전기로 비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항공기, 재생에너지를 열로 바꿔 저장하는 열 배터리, 물과 토양 사용을 99% 줄이고 세포를 배양해 면화(綿花)를 생산하는 기술 등이 있다. 발상의 전환은 미래를 바꾼다. 냉매제인 프레온가스를 금지한 덕분에 걱정스럽던 오존층이 상당 부분 회복됐고, 10년 뒤 완벽 복구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은 늘 걸림돌이다. 기후변화에 맞설 마지막 보루(堡壘)인 파리기후협정에서 미국이 탈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결정한 일이다.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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