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위탁 기사들 "강제 휴무는 생계 위협" 반발
"택배 없는 날"을 앞두고 온라인 판매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중소상공인 단체와 배송 기사들이 잇따라 강하게 반발하며 "생계와 권리를 위협하는 강제 휴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오는 8월 14일로 예정된 '택배 없는 날'에 주요 택배사들이 일괄적으로 배송을 멈출 경우, 신선식품 폐기부터 매출 급감까지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7일 성명을 내고 "모든 택배사가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게 되면 중소상공인의 영업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협회는 농수산물·식품·뷰티 등 각종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중소형 제조사와 판매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대부분이 대형 택배사의 물류망에 의존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고 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 입점 사업자가 판매하는 상품이 '혈액'이라면, 택배산업은 그 상품을 전국 각지로 흘려보내는 '혈류'와 같다"며 "혈류가 멈추면 매출도 멈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한진은 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 택배 접수를 전면 중단하며, 우체국택배는 광복절 연휴를 포함해 14일부터 18일까지 배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최대 5일간 출고가 막히는 셈이다.
협회는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농수산물·신선식품 분야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신선식품은 하루 이틀만 늦어져도 폐기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루하루 버티며 영업하는 영세 사업자들에게는 이 기간이 사실상 개점휴업일"이라고 토로했다.
협회는 택배 기사들의 건강권 보호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모든 배송을 강제로 멈추게 하는 방식은 소비자의 선택권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산업 전반에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심각한 문제"라며 "판매자의 최소한의 판로를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의 권리까지 제한하는 '택배 없는 날'이 과연 효율적이고 필요한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반발은 판매자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퀵플렉서'로 불리는 쿠팡 위탁 배송 기사들 역시 강제 휴무에 반대하고 나섰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쿠팡 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없는 날 강제 참여는 개인사업자인 퀵플렉서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퀵플렉서들은 개별 계약을 통해 자유롭게 배송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는데, 일괄적인 휴무 강제는 곧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퀵플렉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부담 없이 휴가를 쓰고, 언제 쉬든 일정한 수입이 유지되는 쿠팡의 시스템을 믿고 배송 업무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대선일 강제 휴무는 계획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하루 수입을 통째로 날린 '택배 빼앗긴 날'이었다"고 말했다.
CPA는 기자회견 직후 쿠팡 CLS 측에 '택배 없는 날' 불참을 요구하는 공식 문서를 전달했으며, 쿠팡은 오는 14~15일 정상 배송을 이어갈 방침이다.
우체국 집배원들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내고 "우정사업본부는 소포위탁배달원이 쉬는 동안 발생하는 물량을 전량 집배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소포위탁배달원은 휴식권을 보장받는 반면, 집배원은 그 물량까지 떠안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택배 없는 날'은 2020년부터 광복절 연휴 전날인 8월 14일에 시행돼 왔다. 택배 기사들의 휴무일을 보장하고 과로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쿠팡, 컬리 등 이미 주 5일 근무제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참여하지 않아 왔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전체 배송업체의 동참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올해는 특히 판매자 단체, 위탁 배송 기사, 집배원 노조까지 반대 목소리를 동시에 내면서 제도의 운영 방식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배송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물류 차질이 현실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단일한 강제 휴무 정책에 대한 현장의 불만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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