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담당자 바뀌어서" 대구시-북구청 우왕좌왕하는 사이 노곡동 잠겼다

입력 2025-07-30 17:10:48 수정 2025-07-30 21:09:54

침수 당시 고지배수터널 수문 약 1m 열려
수문 열린 것 인지한 후 담당자 찾다 10분 허비
북구청 "메뉴얼 따라 수문 유지" vs 대구시 "오래된 메뉴얼 현 실정과 맞지 않아"

17일 오후 2시 20분쯤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대구 북구청 제공
17일 오후 2시 20분쯤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대구 북구청 제공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와 관련해 배수터널 수문이 제때 닫히지 않는 과정에서 대구시와 북구청 간 비상연락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다. 비상연락망이 업데이트 되지 않아 새로온 담당자를 찾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돼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우가 내린 지난 17일 오후 2시 노곡빗물펌프장. 침수가 시작된 것은 이날 오후 2시 13분으로 마을 입구에 있는 하수구 구멍을 통해 흙탕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물은 2, 3분만에 차량 운행을 어렵게 만들 정도로 빠르게 차올랐다.

펌프장 관리자 A씨는 당시 침수 원인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비는 시간당 최대 48.5mm 수준으로, 펌프장이 감당하지 못할 양은 아니었다"며 "5톤(t)이 넘는 이물질로 제진기가 가동을 멈췄다고 해도, 이물질 사이로 충분히 물이 배수되기 때문에 원인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A씨는 침수가 시작된 지 9분 지난 오후 2시 24분에야 CCTV를 통해 노곡동 뒷산의 물을 금호강으로 흘러보내는 시설인 고지배수터널의 수문이 1m 가량 열린 것을 발견했다. 이 수문이 열릴 경우, 물은 금호강과 노곡동 두 곳으로 동시에 유출돼, 노곡동으로 들어오는 물의 양이 많아진다.

A씨는 CCTV 확인 직후 비상연락망을 통해 북구청 소속 고지배수터널 담당자 개인 번호로 연락해 수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지만 "지난 1월 자로 담당자가 바뀌어 대응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비상연락망이 최신화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새로운 담당자를 찾아 연락을 취한 끝에 수문이 완전히 닫힌 시각은 처음 연락을 시도한 지 10분이 지난 오후 2시 34분이었다.

고지배수터널 담당자를 찾는 10분 사이 노곡동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마을 초입에 주차돼 있던 자동차의 반절이 잠겼고, 주민들은 물살을 겨우 이겨내며 대피했다. 하수구 인근에서는 많은 양의 물이 솟아오르면서 거품이 보일 정도였다. 펌프장을 관리하는 대구시와 고지배수터널을 관리하는 북구청 간 소통 실패가 노곡동 침수 피해를 키운 셈이다.

일각에서는 북구청이 수문을 열고 닫는 기준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호강 수위가 아닌 마을 침수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침수 이후 북구청은 금호강 수위를 기준으로 수문 개폐를 결정한다며 당시 금호강 수위가 21m가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 당시 금호강 수위는 노곡동이 침수된 지 3시간 이상 지난 오후 5시 31분에야 21m를 넘겼다.

이에 대해 북구청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현재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입장을 표명할 경우 공정한 조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대구시 공식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