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올해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지난 2022년 포항제철소를 통째 집어삼킨 태풍 힌남노에서 시작된 매출 하락세는 좀체 반등할 기미가 안 보이고, 최근 잇따른 사고로 인해 제철소 내 현장 공사도 순조롭지 않다. 단순 안전관리 비용 투입을 넘어 노후된 설비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지 않으면 추가적 사고 위험이 높다는 점도 포항제철소를 불안하게 한다.
여기에 더해 당초 포항에 건설 예정이었던 포항침상코크스 공장과 전기강판 4공장 등 무려 14조원에 달하는 큰 사업들도 수년에 걸쳐 광양으로 옮겨가면서 포항제철소의 힘을 뺐다.
지난해 7월과 11월 포항제철소 1제강·1선재 공장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인력이 재배치되고, 안전사고 등으로 예정됐던 포항제철소 내 후판 공장 등 설비 대수리 공사마저 연기되면서 일감을 잃은 수천 명의 인부들이 타 지역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 여파 탓인지 포항의 집은 텅텅 비어가고, 식당은 개점휴업을 호소하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외부 환경이라도 좋으면 반등 기회를 노릴 테지만 그마저도 녹록하지 않다. 중국 저가 철강재 유입은 계속되고 있고 국내 건설 경기는 언제 살아날지 가늠할 수 없다. 여기에 철강 주요 수입국들이 무역장벽을 잇따라 높이고 있는 데다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대해 관세 50% 폭탄까지 던졌다.
이런 와중에 포항 경기를 더 옥죌 수 있는 '광양제철소 독립채산 운영'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포항·광양제철소를 통합 경영하고 있다. 고가의 다품종 소량 생산 포항제철소와 범용재 대량 생산 광양제철소가 합을 맞춰 포스코를 일궈왔기에, 그 경영의 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정일 전남도의원은 지난달 3일 열린 제395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포스코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이 여전히 포항 본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광양제철소가 창출한 막대한 이익이 지역으로 환원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포항 중심의 통합 채산 구조를 이제는 광양 독립채산 구조로 전환해 지역 균형발전과 책임경영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강 도의원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연간 2천100만 톤(t)의 조강 생산 능력을 갖춘 광양제철소 매출액이 포항보다 2배가량 많고, 광양이 국내 최대 제철소로 도약한 이면에 대기오염과 소음 등 환경 피해를 감내한 지역 주민들의 오랜 희생을 내세웠다.
강 도의원 말대로 포항제철소는 요즘 광양제철소 벌이로 먹고사는 게 맞다.
하지만 고가 제품 시장의 환경이 좋을 때는 다품종을 생산하는 포항제철소가 포스코를 벌어 먹이다시피 하며 광양을 지원했다.
무엇보다 포항에 자리 잡을 예정이었던 많은 사업들이 광양으로 대거 넘어가지 않았다면 포항제철소가 이처럼 어려워지지도 않았을 터다.
알다시피 바다를 메워 만든 광양제철소도 초기에는 '아산'에 건립 예정이었다. 하지만 포스코(포항제철소)는 정권을 설득해 광양으로 밀어붙인 결과 여의도 5배 크기의 세계에서 가장 큰 제철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포항제철소는 광양제철소와 도움을 주고받으며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이끌어 왔다.
당장의 이득만 생각한다면 독립채산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제철보국' 정신 하나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성장한 포스코엔 맞지 않는 얘기로 들린다.
포스코를 이끈 맏형이 더 이상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선 더 과감한 투자 외엔 방법이 없다. 포항제철소가 만들어내는 고급 제품이 시장에서 더 확대되고, 내년 수소환원제철 사업이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돼 맏형의 어깨가 활짝 펴졌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