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성향' 의원 대상 대만 '파면 투표' 전원 부결

입력 2025-07-27 16:35:40

대상 야당 의원 24명 모두 살아남아
라이칭더 총통 국정 운영 타격 불가피
총통 "반공 확립"… 야당 "사과해야"

26일 대만에서 있은 파면투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오른쪽 두 번째)가 소속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PA 연합뉴스
26일 대만에서 있은 파면투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오른쪽 두 번째)가 소속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PA 연합뉴스

26일 대만에서 실시된 야당 입법원(국회) 의원 24명에 대한 '파면(국민소환) 투표'가 모두 부결됐다. 친중 성향 제1 야당인 국민당 소속 의원을 대상으로 한 사상 최대 파면투표인 만큼 정치적 의미가 컸던 터다. 여소야대 구도를 깨보겠다는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의 정치적 승부수를 국민들이 막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 유지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당 의원 24명과 부패 혐의로 정직 중인 가오훙안(高虹安·무소속) 신주시장의 파면을 묻는 투표였다. 대만 '공직인원선거파면법'은 지역 주민 15%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파면투표를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에 따르면 ▷유효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고 ▷전체 선거인 수의 25% 이상이 찬성해야 파면으로 결정된다. 대만중앙통신사(CNA)와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과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파면투표 개표 결과 25개 선거구 모두에서 반대표가 더 많았다. 투표율은 선거구별로 40 ~ 60%였다.

26일 파면투표가 있은 대만 타이베이의 투표소에서 한 여성이 기표한 뒤 나오고 있다. AP 연합뉴스
26일 파면투표가 있은 대만 타이베이의 투표소에서 한 여성이 기표한 뒤 나오고 있다. AP 연합뉴스

라이칭더 총통의 민진당은 지난해 1월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는 113석 중 51석을 얻는 데 그치며 52석을 차지한 국민당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런 정치적 구도를 깨려는 시도가 이번 파면투표라는 데 이견이 없다. 주민투표를 독려하며 나선 곳도 라이 정권의 지지를 받은 친여·진보 성향 시민단체였다.

야당인 국민당이 민중당(8석)과 연합해 정부 예산을 삭감하거나 행정부를 견제하는 법안을 잇달아 처리하며 라이 총통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물론, 국민당 의원들이 친중 행보로 국가 안보를 해치고 중국에 유리한 의제를 의회에서 추진한다며 파면투표를 청구했던 것이다.

전원 부결이라는 결과지를 받아든 라이 총통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대만을 지키는(反共護臺) 국가 방향을 더욱 확립했으며, 이러한 국민 역량을 더욱 결집했다"고 자평했다. 야권은 이번 파면투표가 총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로 민주주의 시스템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反)파면' 운동을 벌여왔다.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은 기자회견을 통해 "라이 총통이 진심으로 대만인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