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서명수] 김문수의 품격

입력 2025-07-22 19:57:39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견제받지 않는 정부와 권력은 늘 부패하거나 스스로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다. 퇴임하면서 초유의 40%대 높은 국정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문 정부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그런 점에서 역설적이지만 이재명 정부도 성공을 위해서는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선 패배 후 국민의힘은 집권 세력 견제는 고사하고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마저도 위협받을 정도로 지리멸렬(支離滅裂)하다. 정권 탈환을 꿈꾸지도 못하는 불임 정당이라면 해체되는 것이 나라를 위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일정과 방식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당 지도부 재건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김문수 전 대선후보가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을 비대위원장으로 지휘한 한동훈 전 대표가 총선 참패 후 사퇴했다가 전당대회를 통해 다시 당권을 잡으면서 계엄과 탄핵 사태로 빠져든 아픈 기억이 있다. 김 전 장관의 출마 선언은 '한동훈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그리는 국민의힘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그가 왜 당 대표가 되려는 것인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73세의 그도 이재명 대통령처럼 당권을 잡아 5년 후 대선에 재출마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측근들을 챙기려는 것인지 진짜 속셈이 궁금하다. "비장(悲壯)한 심정으로" 출마를 선언했지만 그의 지난 행보는 전혀 비장하지 않았다. 대선 패배에 '1'도 낙담하지 않고 정치 재개에 나서는 것은 그의 선택이지만 그 전에 패배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고 반성과 사과부터 해야 했다.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22번이나 공개 약속했지만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후보 단일화를 거부해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이재명 우위의 대선 구도 반전 기회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후보 단일화 무산(霧散)이 대선 패배의 핵심 원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의 대권 욕심이 보수 진영의 대선 구도를 망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후보 강제 교체 시도가 무리수라면 후보 단일화 무산의 책임도 함께 물었어야 했다.

대선 패배가 확정된 날 새벽 관악산에 올라 턱걸이와 훌라후프 등을 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간 그의 담담한 모습은 그에게 투표했다가 낙담한 지지자들을 경악게 했다. 대선이 끝났으니 '당권을 접수하겠다'는 의미로 올린 것이지만 그는 태연자약하게 "당 대표를 하라는 건 쓰레기통에 들어가 살라는 것"이라며 대표 출마설을 부인했다. 자신을 대선후보로 만들어 준 당을 '쓰레기통'이라고 폄하해 놓고 거짓말까지 한 것이다.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겠다'는 그의 출마 선언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스스로를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당선 저지를 위해 후보 단일화든 후보 포기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정권 폭주를 막겠다고 한다.

그의 지난 10년의 시간은 이른바 '극우'였다. 경기도지사 퇴임 후 2015년 대구에 내려와 20대 총선에서 김부겸 전 총리에게 질 정도로 이름값을 못 했다. 박근혜 탄핵 후엔 '(광화문) 태극기 세력 중심으로 정치권을 통합해야 한다'며 자유통일당을 창당, 전광훈 목사와 함께한 극우 이력도 그의 한계다. 이재명을 보면 틀린 말이겠지만 정치인의 품격은 '들고 날 때'를 잘 헤아리는 데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