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겨울의 시작과 긴 밤, 동지(冬至)

입력 2025-12-21 14: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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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정 국제라이온스협회 경북지구 교육연수원 교수부장

김웅정 국제라이온스협회 경북지구 교육연수원 교수부장
김웅정 국제라이온스협회 경북지구 교육연수원 교수부장

지나간 날을 허물고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날, 붉은 색의 팥죽을 쑤어 다가올 새날을 맞이하여 액운을 쫓던 풍습이 우리들이 맞이하고 있는 동지이다.

<동국세시기>에 동지는 아세(亞歲)라 하여, 작은 설이라 부른 연유가 그렇고 다가올 새날을 맞아 새알심을 나이 수대로 넣어 먹으며 건강을 기원하고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 는 말처럼 새로운 날에 대한 마음가짐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동짓날은 만물이 회생하는 날' 이라 여겨 고기잡이와 사냥을 금했고, 고려와 조선 초기의 동짓날에는 어려운 백성이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기는 풍습이 있었다 한다. 이즈음 우리들에게도 많이 그러하지만, 동지를 한해의 시작으로 보고 새해 달력을 나누어주기도 하였다.

동지는 긴 밤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한 겨울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양식이 많고 집안이 넉넉한 이들에게는 그다지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지만, 갖춘 게 없고 하루 풀칠하기가 만만찮은 이들에게는 겨울이 시작이 힘겨움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엄동설한에 집안 온기가 하나 없이 썰렁하고 찬 바닥에 몸을 뉘인 불우한 우리 이웃들에게는 긴 밤이 썩 달갑지는 않을 터이다.

그러기에 동지는 또 나눔의 날이기도 하다. 팥죽을 통해 세상과 나눔을 가지고 이웃과 나눔을 가지며 매섭기 짝이 없는 추운 겨울을 훈훈함으로 가득 채우는 날인 것이다.

세상이 어수선하다.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밝은 세상이 오길 동지를 맞이 하며 기원해 본다. 동지헌말(冬至獻襪)을 두고 18세기 실학자였던 이익은 "새 버선을 신고 이날부터 길어지는 해 그림자를 밟고 살면 수명이 길어진다" 하였던가. 많은 뜻 깊음이 동지 절기에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