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 갈아타기 만연한 '대형GA 정조준'…"업무정지 등 제재 강화"

입력 2025-07-21 13:59:56

위반 저지른 설계사 개인 제재 그치지 않고 소속 GA에도 관리 책임 묻는다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 제공

보험대리점(GA) 업계의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과열되면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부당 승환(보험 갈아타기)'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GA는 1분기에만 1천억원에 육박하는 정착지원금을 살포하며 설계사 영입에 나섰고, 거액의 지원금을 받은 설계사들은 실적 압박에 못 이겨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시키고 새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불법 영업을 자행했다.

금융감독원은 'GA업계 설계사 정착지원금 지급 현황 및 현장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부당 보험 갈아타기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제재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A 업계가 설계사에게 지급한 정착지원금은 총 1천3억원으로, 직전 분기(838억원) 대비 19.7%(165억 원) 증가했다. 이는 GA업계 자율규제인 '정착지원금 운영 모범규준' 시행으로, 지난해 4분기 잠시 주춤했던 지원금 규모가 다시 반등한 결과다.

특히 설계사 500인 이상 대형 GA가 부당 보험 갈아타기 경쟁을 주도했다. 대형 GA의 1분기 정착지원금 지급액은 980억원으로, 직전 분기(805억원)보다 175억원이나 늘었다.

정착지원금은 보험사나 다른 GA 소속 설계사를 유치하기 위해 지급하는 일종의 스카우트 비용이다. 하지만 과도한 지원금은 설계사의 실적 압박으로 이어져 보험계약 부당 갈아타기, 특별이익 제공, 허위·가공계약(작성계약) 등 불법 행위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2년간(2023년 6월~2025년 6월) 정착지원금을 과다하게 지급하고 부당 보험 갈아타기 의심 계약이 많은 7개 대형 GA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실시한 결과, 위법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

7개사 총 408명의 설계사는 2천984건의 신규 계약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기존 계약과 신규 계약의 중요사항을 비교·안내하지 않는 등 '보험업법'을 위반했다. 이를 통해 부당하게 소멸시킨 기존 계약은 3천583건에 달했다. 1개사 평균 426건의 부당 신계약과 512건의 기존계약 해지가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부당 행위가 설계사가 새 GA로 이직한 직후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적발된 부당 승환 계약의 43.1%는 설계사가 GA를 옮긴 지 180일 이내에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의 필요가 아닌, 정착지원금 회수를 위한 설계사의 실적 압박이 '보험 갈아타기'의 주된 원인이었음을 의미한다는 게 금감원의 평가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기존 보험 해약에 따른 원금 손실 ▷연령 증가 등으로 인한 보험료 상승 ▷암보험 면책기간(통상 90일) 재적용에 따른 보장 단절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특히 일부 설계사들은 부당 갈아타기를 넘어 계약자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거나(특별이익 제공), 지인 명의를 도용해 허위 계약을 체결하는(작성계약) 등 행태를 보였다.

금감원은 무분별한 정착지원금 지급과 부당 보험 갈아타기를 근절하기 위해 강화된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위반 행위를 저지른 설계사 개인에 대한 제재에 그치지 않고 소속 GA의 관리 책임을 물어 업무정지 등 기관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과거 제재 선례에 따른 관행적 감경을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법상 최고 한도의 제재를 부과해 시장 규율을 바로잡을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착지원금 지급 현황을 상시 감시하고 시장 질서를 혼탁하게 하는 GA는 최근 검사 여부와 상관없이 신속하게 현장검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부당승환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용 없이 엄정하게 제재함으로써 시장 규율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