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장관 임명 '강행이냐 사퇴냐', 민주 깊어지는 고민

입력 2025-07-17 20:43:51 수정 2025-07-17 22:26:55

청문회 이후에도 반전 안보여…여권내 '姜 어렵다' 기류도
대통령실 '기류 변화 없다' 일단 선 긋고 주시…이르면 주말께 결단할 듯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오전 질의를 마치고 정회되자 청문회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오전 질의를 마치고 정회되자 청문회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과 일부 시민사회의 거센 사퇴 요구에 직면한 강선우 여성가족부·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놓고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한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는 마쳤지만, 추가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사퇴 요구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강 후보자는 보좌진 갑질 의혹과 거짓 해명 논란이 여전하고 '병원 갑질'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비판 여론이 오히려 거세지는 형국이다.

이 후보자에게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과 자녀 불법 조기 유학 문제 등이 교육 수장으로서는 결격 사유라는 지적이 제기돼온 상황이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인 강 후보자의 경우 당내 보좌진은 물론 여성계와 시민사회 등 진보 진영 전반으로 장관 후보자 거부 여론으로 확산하면서 여권 기류도 당초 '엄호' 기조에서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는 기류가 감지된다.

여권 일각에서 '자진사퇴 불가피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가 없다며 적극 방어 태세를 구축했던 초반 모드가 청문회를 거치며 '여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다소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친명(친이재명)계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에서 "(강 후보자 관련) 피해를 봤다는 분들의 의견을 분명히 청취해 볼 필요가 있고, 국민 여론, 국민 눈높이를 당사자와 인사권자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진보 야당에서도 두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조국혁신당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두 후보자를 겨냥해 "더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말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눈높이와 대통령 인사의 간극은 상당히 크다"며 "내란 연장, 갑질, 논문 표절 등이 언제부턴가 '이런 것쯤이야' 하며 당연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권은 이 후보자에 대해선 논문 표절과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 등에 대해 청문회에서 어느 정도 소명됐다는 기류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은 대체로 소명됐다는 게 청문위원들의 얘기"라며 "교육부 장관을 수행 못 할 만큼 자질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공교육 수장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느냐의 문제는 여전하다.

김상욱 의원은 SBS 라디오에 나와 이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을 거론하며 "대통령께 그만 부담을 주셨으면 한다. 자진 사퇴가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일단 입장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실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면서 "아직 특별한 기류 변화가 없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지금은 인사청문 과정 중으로 모든 과정을 다 살펴보고 나서 인사권으로 답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일부 후보자 여론 동향이 매우 안 좋게 돌아가는 것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는 공개적인 언급과 여당의 기류 변화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강 후보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기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임명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결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주권정부라고 명명한 만큼 여론을 도외시할 순 없지만, 낙마가 현실화하면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임기 초반의 국정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이 고민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강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2000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제도 도입 후 첫 현역 의원 낙마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다만 논란 있는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것보다는 '국민 눈높이'를 중시하는 모습을 부각하면 오히려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란 반론 역시 없진 않다.

두 후보자 거취 문제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판단은 국회 인사청문 일정이 모두 종료되는 18일 이후, 이르면 주말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다른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청문회가 마무리되는 금요일(18일) 이후 대통령께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 보고할 계획"이라며 "종합 보고 이후 대통령께서 인사권자로서 일정한 판단을 하실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은 다양한 통로로 여론을 청취하고 있고, 실제로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여러 쟁점에 대해 일일 보고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