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김태진] 미쳤네, 미쳤어

입력 2025-07-17 20:18:45 수정 2025-07-17 20:27:09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조은희 의원이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조은희 의원이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진 국제부 차장
김태진 국제부 차장

호주와 뉴기니 지역에서 서식하는 새틴 바우어새 수컷은 파란색이라면 일단 모으고 본다. 화려하게 둥지를 꾸며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파란색으로 도배하다 보니 꽃, 열매, 이파리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다. 심지어 파란색을 더 돋보이게 하려고 색을 덧입히기도 한다. 파란색에 꽂히다 보니 사람이 버린 플라스틱도 인테리어에 쓴다. 쓰레기를 이용한 설치미술, '정크 아트 시연자'라 평하기도 뭣한, 본능에 충실한 행동일 뿐이다.

파란색이라면 진심인 새틴 바우어새의 우둔함을 강조하긴 이르다. 자의는 아니지만 인간의 판단을 보좌한 새들도 있었다. 고대 로마에는 '조점관(鳥占官·Augur)'이라는 직책이 있었는데 찌르레기 등 무리 지어 나는 새들의 행적 등을 보고 점을 쳤다. 인사에도 도움을 줬다. 예컨대 후보자를 여럿 세워 두고 새가 누구 앞에 많이 몰리는지 본 것이다. 지금의 인사청문회 기능이었다.

인사청문회가 처음 실시된 2000년 6월부터 우리 국민들은 다양한 낙마 소재를 접해야 했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논문 표절, 탈세는 안 한 사람이 드물다. 근래 들어서는 공정에 민감한 여론의 역린(逆鱗)인 '아빠 찬스'가 단골 메뉴에 포함됐다. 능력과 비전을 검증하는 자리라는 본연의 기능은 점차 옅어졌다.

이재명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강선우 의원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전의 갑질 논란과 결이 다르다. 피해자가 같은 당의 '동지'인 보좌관, 비서관들이다. 정치인의 이력은 한 번쯤 파묘되기에 거쳐야 할 성장통으로 여길 수 있으나 정치적 동지인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에서 강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는 점은 분명 심상치 않다.

5년 동안 보좌진 46명을 교체했다는 보도에 강선우 후보자는 28명이라고 반박했지만 28명 교체도 일반적이진 않다. 부적합 인사라는 여론이 비등한 까닭이다. 민주당은 주저한다. 14일 인사청문회가 있은 뒤 민주당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감쌌다. 갑질 의혹을 소상히 소명하고 사과했다고 평가했다. 낙마 여부는 국민 눈높이에 달렸다고 했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심중이 반영됐다는 말도 나왔다. 동반 추락 가능성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비쳤다. 지금의 분란이 강선우 후보자의 장관 직무 수행과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다만 점점 명확해지는 건 민주당의 '갑질 인지 감수성' 작동 과정이 불능 상태임을 온 국민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판단 유보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요즘 들어 '미쳤다'는 술어에 자주 어울리는 말 중에 '국장(국내 주식시장)'이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숨 고르기 없이 코스피지수가 3,200선을 뚫었다. 돈이 복사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태평성대'라는 말까지 들린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율도 미쳤다. 민주당 지지율 상승세는 말할 것도 없고 미친 듯이 내려가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가관이다. "민주당 폼이 미쳤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하여 민주당은 태평성대의 자긍심에 취할 가능성이 높다. 폼이 미쳤으니 뭘 해도 좋게 봐줄 것이라는 오판에 이르게 된다. 수컷 새틴 바우어새처럼 파란색, 지지자들의 상찬만 듣고 그에 취하면 여론의 흐름을 냉정하게 못 보게 된다. 인사청문회 경보음을 통상적인 것이라 치부하는 건 '기고만장(氣高萬丈)'으로 비칠 수 있다. 여론이 문제 삼는 건 강선우 후보자라기보다 그를 애틋하게만 보는, 국민 눈높이를 낮잡아 본 민주당의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