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19회 딤프 두작품 작·연출한 추정화 연출가
"딤프, 신작 선보이는 기회의 장…좋은 작품 발굴되길
시지프스 올해 뉴욕 리딩공연, 설공찬 팀워크 '최고'
막바지 대상포진 투혼…열심히, 무사히 마쳐서 행복"
'블루레인'(2018), '프리다'(2020), '시지프스'(2024)로 DIMF(이하 딤프) 창작뮤지컬상을 휩쓴 추정화 연출가가 올해 축제에서는 두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해에 이어 완성도를 높여 돌아온 '시지프스'와, 딤프·대구 제작진과 협업해 새롭게 선보인 오컬트 판타지 뮤지컬 '설공찬'이다. 뜨거운 여름을 두 작품과 함께 보내며 대상포진까지 앓았지만, 그럼에도 추 연출가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 올해 딤프 기간 두 작품을 올렸다. 굉장히 바빴을 것 같은데 끝난 소감이 궁금하다
▶설공찬 공연을 올린 날 갑자기 뾰루지가 올라왔다. 별거 아니겠거니 생각하다 계속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대상포진이었다. 아직도 치료받는 중이지만, 시지프스와 설공찬이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어서 행복했다.
- 블루레인, 프리다, 시지프스 등의 작품들로 딤프와 연이 깊다. 추 연출가에게 딤프는 어떤 의미인가
▶글을 쓰고 연출한지 이제 10년 좀 넘어가는데 아직도 신작을 내놓는 건 쉽지 않다. 결국 대본은 배우를 만나고 관객을 만나야 완성되는 것이기에, 딤프가 없었다면 아직까지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노트북에만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딤프가 내게 신작을 선보이는 기회의 장이 돼준 것처럼,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 지난해 창작지원작 시지프스는 대학로 무대를 거쳐 올해 공식초청작으로 다시 딤프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
▶이번에는 상부 무대 전환이 가능한 구조 덕분에 세트를 작년에 썼던 대로 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서울에서는 상부 전환이 안되다보니 '태양'의 표현을 다르게 연출해야 했던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역시 무대가 클수록 작품의 현장감이 더 잘 살아난다. 향후에는 서울에서의 공연도 더 큰 무대에서 생생하게 공연될 수 있으면 좋겠다.
- 오는 10월 시지프스의 브로드웨이 배우들과 리딩공연 계획도 잡혀있다고.
▶자세한 사항을 설명하긴 이르지만, 10월에 시지프스와 미발표작 '조커', 두 작품을 리딩한다. 좋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가는 만큼 잔뜩 준비해서 다녀오겠다.

- 딤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시립극단과 함께 제작한 '설공찬'도 초연을 마쳤다. 대구 제작진,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는가. 지역 관객들의 인상적인 점도 있다면
▶대구시립극단과 함께 작업한 설공찬은 최고의 팀워크였다. 서로의 재능도 아낌없이 나눈 시간이었다. 춤이 강한 배우는 춤을, 노래가 강한 배우는 노래를, 또 서로의 연기를 세심하게 봐주면서 한 팀이 됐다. 특히, 시립극단 단원들이 중간중간 발 빠르게 도와준 덕분에 모자란 부분도 금방 채워졌다. 원래도 가족 같은 분위기를 중시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이런 팀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행복하게 작업했다. 그만큼 헤어질 때도 가장 힘들었다. 대구 관객분들은 웃음도 박수도 아낌없이 보내주는, 뭔가 시원시원한 느낌이었다. 현장을 축제처럼 느낄 수 있게 함께 즐겨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 '설공찬'은 실제 조선시대 고전소설을 재해석해 오컬트와 판타지 장르를 결합했다. 연출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역사'가 가진 의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극의 시작을 고등학교 교실에서 역사의 한 장면으로 매끄럽게 전환되게끔 했다. 삶과 죽음이 전혀 다른 듯 끈끈하게 연결돼 있듯이, 어제와 오늘이 모여 내일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당연하지만 잊고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의 의미를 잘 전달하고 싶었다.
또한 원작이 되는 설공찬전 자체가 귀신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 무속과 오컬트 요소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원작에서도 박수무당의 굿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굿 장면은 볼거리가 풍성하다. 해외로 나간다면 이런 장면들이 좋은 호응을 받을 것 같다.
- 이번 두 작품도 '황금 콤비' 허수현 음악감독과 함께 했다. 어떤 색깔의 음악을 담으려 했나
▶현대에서 바라보는 역사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너무 한국적이지 않게, 그리고 너무 어렵지 않게'라고 부탁했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모두 흥겹게 나갈 수 있도록 음악이 리드해주길 바랐다.
- 설공찬의 여성 염라대왕, 시지프스의 극중극인 이방인 속 '레몽'처럼 성별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캐릭터 설정도 흥미로웠다.
▶염라대왕을 뵌 적이 없으니 어떤 식으로 그려져도 무방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저승은 모두 뒤집어져 있는 세상이라고 하지 않나. 모두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도 된다고 봤다. 내 작품에선 레몽도, 디에고도 다 여성 배우가 표현한다. 스테이지에선 남자, 여자 상관없이 뭐든 가능한 곳이니까.
-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프리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여 만세'라고 외치는 것처럼 작품들이 대체로 '삶을 사랑하며 후회 없이 가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세상에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지 않나. 매일을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치열한 삶이 지긋지긋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좋다. "더럽게 힘든데, 더럽게 행복하다"고 늘 이야기한다. 지금도 대상포진을 앓고 있지만, 열심히 일한 증거 같아 행복하다. 앞으로도 그런 작품들을 만들고 싶다. 보면 힘이 나고, 관객들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는 작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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