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의 국제정세] 트럼프의 5가지 지구촌 관심사

입력 2025-07-17 06:30:00

엄태윤(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엄태윤(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세상은 무엇일까? 트럼프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창해왔으며 항상 이 문구가 찍힌 빨간 모자를 애용한다. 미중패권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트럼프의 국익 우선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관세전쟁, 이란의 비핵화와 중동평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안전, 북한 비핵화 등 5가지 지구촌 문제에 관심을 보인다.

첫째, 관세 협상은 트럼프의 5가지 현안 중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트럼프는 57개국 정상들과의 관세전쟁을 통해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경쟁력을 되찾고자 한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기간을 계속 유예하면서 각국과 통상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관세폭탄 전쟁에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적인 협상 기술은 그가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하고 있다. 트럼프는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하여 관세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저돌적인 협상 태도를 보인다. 영국·베트남이 트럼프 정부와 관세 협상을 끝냈다.

트럼프는 최근 상호관세 유예기간을 8월 1일로 다시 연장하였으며 한국을 포함한 25개국 무역상대국에 상호관세율이 적힌 서신을 보냈다. 상대국을 압박하려는 협상전술이다. 트럼프 정부는 "우방국이라고 해서 특별 대우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품목관세(25%)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고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고 중국의 우회 수출통로 역할을 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둘째, 중동정세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이란·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헤즈볼라 세력을 약화한 데 이어, 이란 원자로를 공습하였으며, 그 뒤를 이어 트럼프 정부도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전격적으로 타격하였다. 이란과 휴전했으나 핵물질의 완전한 파괴 여부를 놓고 논란은 남아있다.

트럼프는 2기 정부는 과거 트럼프 1기에서 이뤄낸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하여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간의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 트럼프가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한 것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이었다. 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천명해 왔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것과는 다른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중동평화 문제가 트럼프 외교·안보 정책의 우선순위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셋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본토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휴전 논의는 물거품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당초 우크라이나 문제에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기존 판단을 바꾸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등을 공급하고, 만일 러시아가 50일 내 휴전하지 않으면 세컨더리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나토가 미국 군사장비를 구매하여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에 트럼프 정부의 재정적인 손실은 없다. 트럼프와 푸틴 간의 싸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넷째, 중국의 침공으로부터 대만을 지켜내는 것이다. 대만 문제는 미중패권경쟁의 한 축이다. 트럼프 정부는 대만 방어를 위해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검토 중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 "주일 미군의 역할을 강화하고, 주일 미군 사령관 계급도 대장으로 격상시킬 것"이라는 말도 들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에서는 "주한미군 병력을 4년 내 1만명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라는 보고서도 발표하였다. 우리 정부 입장이 궁금하다.

다섯째, 북한의 비핵화 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재추진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동맹으로 밀착되어 있어 미북 협상이 쉽지 않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가능성도 회의적이다.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의 5가지 국제 관심사를 고려하여 대외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한미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최근 트럼프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년에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통상과 방위비 문제를 패키지로 묶으려고 한다. 모범답안을 잘 찾아야 할 것이다.

시진핑 정부는 오는 9월 전승절 기념식에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신냉전시대에서 트럼프 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기에,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여부는 한미관계에 있어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엄태윤(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