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관전기] 야닉 시너(세계 랭킹 1위)의 강한 의지와 집중력

입력 2025-07-15 10:53:02 수정 2025-07-15 15:44:30

알카라스의 윔블던 3연패 저지, 롤랑가르스 패배 설욕
테니스 빅3(조코비치·페더러·나달) 저물고, 빅2 시대 '활짝'
시상식에선 서로를 존중하는 훈훈한 장면 연출

2025 윔블던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세계랭킹 1위 야닉 시너. 연합뉴스
2025 윔블던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세계랭킹 1위 야닉 시너. 연합뉴스

지난달 롤랑가르스(프랑스오픈)에 이어 세계 랭킹 1위와 2위 간의 재대결로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2025 윔블던 결승에서 야닉 시너(23세, 이탈리아)가 카를로스 알카라스(22세, 스페인)에게 3:1(4:6, 6:4, 6:4, 6:4)로 승리를 거뒀다.

조코비치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우승 경험, 잔디코트 적응력, 상대 전적에서 8:4로 앞선 알카라스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시너는 강한 의지와 안정된 플레이로 이탈리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롤랑가르스에서의 뼈아픈 패배를 포함하여 알카라스에게 5연패를 당했던 시너는 이날 첫 세트 패배 후에 차분히 회복하며 호주오픈과 롤랑가르스에 이어 윔블던 왕관을 추가한 것이다.

클레이 코트에서 긴 랠리가 이어지던 롤랑가르스와 달리 윔블던 잔디코트에서는 두 선수가 서로 빠른 속도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다. 그라운드 스트로크과 리턴 샷에서 우세를 보인 알카라스가 1세트에서는 먼저 승리를 가져갔다.

반격은 2세트부터 시작됐다. 2~4 세트에서는 시너가 상대의 서브를 더욱 공격적으로 리턴하는 플레이로 승리의 토대를 마련했다. 전반적으로 효율적인 서브와 강력한 그라운드 스트로크로 예측이 어려운 알카라스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시너의 강한 기세에 눌려, '서버봇'(서브 로봇)이라고 자랑하던 알카라스의 첫서브 성공률이 53%에 그쳤고, 더블 폴트가 시너보다 7:2로 많았던 것도 패배의 원인이 되었다.

류호상 전 영남대 스포츠과학대학원장(명예교수)
"빅2 시대 활짝", 명승부를 펼친 후에 시상식에 서로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 야닉 시너와 카를로스 알카라스. 연합뉴스

두 선수의 기술과 체력(순발력·균형감·지구력 등)은 완벽하다고 할 만큼 차이를 찾기가 어려웠다. 차이는 시너가 시합 끝까지 강한 의지와 집중력으로 안정적이고 정확한 샷을 구사한데 비해 알카라스는 중요한 고비에서 특기인 드롭샷이 잘 통하지 않으면서 가끔씩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친 것이었다.

스포츠에서 의지란 목표달성을 위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힘이나 결단력이다. 집중력이란 경기 중에 자신에게 필요한 과제나 정보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유지하는 심리적 능력이다. 외부와 내부의 자극으로부터 흔들림을 억제하는 이 두 요인들은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멘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알카라스는 위기의 순간에도 웃으며 승부사 기질로 반전을 노렸지만, 이미 자신감으로 기세가 오른 시너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중 처절한 승부를 펼치면서도 상대가 넘어지면 부상을 염려하며 배려하는 두 선수의 성숙한 매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시상식 인터뷰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두 선수 간의 훈훈한 우정이 빛난 경기였다. 알카라스는 "챔피언은 실패라는 말을 하지 않지만 패배를 통해 배운다고 생각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시너는 "시합에서 지더라도 패배를 인정하고 약점을 극복하려고 계속 노력하는 것, 이것이 제가 이 자리에서 트로피를 들고 있게 된 이유"라고 멋지게 화답했다.

지난해 초 호주오픈부터 7개의 그랜드슬램 대회를 4개와 3개씩 나눠가진 20대 선수들의 양강 구도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는 계속해서 위대한 라이벌로 성장하며 서로를 더 높은 곳으로 올려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기를 관전하며 영국 왕실(시상식에 등장한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 등)을 포함해 전 세계 유명 인사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의 참석, 역대 우승자들의 초청행사, 볼보이·볼걸의 절도 있는 움직임이 윔블던의 위상과 품격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두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박수를 보낸다.

류호상 전 영남대 스포츠과학대학원장(명예교수)

류호상 전 영남대 스포츠과학대학원장(한국스포츠심리학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