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 경주 우양미술관, APEC 기념 백남준 특별전 등 개최

입력 2025-07-14 06:30:00 수정 2025-07-14 07:32:38

1년여 걸쳐 전면 리모델링 완료
'나의 파우스트' 연작 일부 국내 첫 공개
2전시실은 아모아코 보아포 개인전

백남준, 나의 파우스트-영혼성, 1992, Mixed Media, 311x192x107cm
백남준, 나의 파우스트-영혼성, 1992, Mixed Media, 311x192x107cm
백남준, 나의 파우스트-경제학, 1992, Mixed Media, 311x192x107cm
백남준, 나의 파우스트-경제학, 1992, Mixed Media, 311x192x107cm

경주 우양미술관이 1년 여에 걸친 리모델링을 마치고 오는 20일 재개관하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기념한 특별 전시를 선보인다.

1전시실에서 열리는 '백남준: 휴머니티 인 더 서킷(Humanity in the Circuit)'은 지난 20여 년간 미공개된 백남준 소장품을 면밀한 수복 작업을 거쳐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는 1980~90년대 백남준의 예술 전환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시기에 작가는 테크놀로지를 단순한 표현 수단으로 다루는데 그치지 않고 인류 정신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으로 인식하며 공동체적 사유를 본격화했다.

쉽게 말해 그의 작품은 TV, 위성, 로봇, 인터넷, 사운드,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가 얽혀,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예술과 기술이 하나의 거대한 유기 회로 안에서 상호작용하며 공명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

우양미술관 측은 이러한 점이 올해 APEC이 제안하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연결, 혁신 그리고 번영'이라는 공동의 비전과 철학적으로 맞닿아있다고 봤다.

특히 전시에서는 비디오 설치 연작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 중 '나의 파우스트-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영원성'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또한 3대의 자동차로 구성된 대형 설치 작업 '전자초고속도로' 시리즈도 2년 반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다시 관객과 마주한다.

이외에 '음악 심必', '푸가의 예술' 등 백남준의 매체 실험정신이 집약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아모아코 보아포, Bueno, 2024, Oil&paper transfer on canvas, 140x120cm
아모아코 보아포, Bueno, 2024, Oil&paper transfer on canvas, 140x120cm
아모아코 보아포, Gregory, 2019, Oil on canvas, 191.8x165.1cm
아모아코 보아포, Gregory, 2019, Oil on canvas, 191.8x165.1cm

2전시실에서는 가나 출신 작가 아모아코 보아포(Amoako Boafo)의 아시아 최초 미술관 개인전 '아이 해브 빈 히어 비포(I Have Been Here Before)'가 열린다.

동시대 미술에서 가장 주목받는 흑인 예술가 중 한 명인 보아포는 손으로 직접 물감을 바르는 독창적인 화법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초상화 양식을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며, 단순히 피부색으로 표상되는 흑인의 이미지를 넘어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그들의 정체성과 개인의 복합적인 경험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전시는 ▷나는 응시하리라 ▷존재의 상태들 ▷자세와 포즈 ▷신성한 공간 등 네 개의 주제별 섹션으로 구성된다. 특히 네 번째 섹션에서는 한국 전통 한옥의 마당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 설치작품이 전시된다. 이 공간은 가나 출신 건축가 글렌 드로쉬(Glenn DeRoche)와 작가가 협업해 설계한 것으로, 작가와 관람객이 가진 서로 다른 경험과 정서, 사고가 소통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우양미술관 관계자는 "재개관을 앞두고 향후 방향성을 심도 있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기존 미술 제도 내에서 주변부로 간주돼온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보다 포용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했다"며 "아모아코 보아포의 전시는 이러한 미술관의 새로운 비전과 맞닿아 있으며,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와 타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