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 논란] 굳이 왜 이 시점에? 안보 파국 불러올 수도

입력 2025-07-13 19:54:47 수정 2025-07-13 20:07:41

전작권 환수 여건 안 돼, 미국 심기만 건드려
북한 핵 억지력, 美에 의존할 수밖에
먹사니즘이 죽사니즘 될까? 안보 우려

2023년 포항 훈련장에서 한미 해군·해병대의 쌍룡훈련이 실시된 훈련장 주변에서 시민단체의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포항 훈련장에서 한미 해군·해병대의 쌍룡훈련이 실시된 훈련장 주변에서 시민단체의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판에 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환수가 나옵니까?"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작권 환수 카드에 의아해 하고 있다. 관세와 국방비 인상을 놓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는 판에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런 추진이 '엉뚱한 노림수' 또는 '속 보이는 꼼수'가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안보 전문가들은 전작권 환수가 이내 주한미군 대폭 감축 또는 철수로 이어지는 등 북한이 원하는 한반도 안보 지형을 만드는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평을 내고 있다. 미국을 배제(양키 고 홈, Yankee Go Home)한 후 '우리끼리' 평화를 논의하자는 것이 바로 자주파의 논리이기도 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23년 보도한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열린 청년학생들의 반미 집회 모습. 연합뉴스

◆전작권 환수 여건 "절대 NO"

현 시점에 전작권 환수 논의는 통상 협상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자칫 우리 스스로 국가 안보를 위한 최후 보루(혈맹 미국)를 내던진 후에 적들(북한·중국·러시아)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주는 우(愚)을 범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현재 한국군이 평시뿐 아니라 전작권까지 가져와, 운용할 능력이 되느냐 여부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위험천만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미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군은 미군으로부터 전작권을 가져올 능력도 없거니와, 미국의 핵우산을 걷어찰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 포기한 바 있다. 당시 나온 3가지 환수 기준은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북한의 핵 미사일 등에 대한 대응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신냉전 구도) 등이다.

특히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은 미군의 첨단 무기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 한 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미군은 1만km 상공에서 24시간 감시 가능한 정지 군사위성을 띄우고 있는 반면 한국군은 지상 500km 위에서 하루 3~4시간만 관찰 가능한 수준이다.

환수 비용도 문제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전작권 환수에 21조원가량의 비용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우리 국방예산이 연간 61조원가량(GDP의 2.3%) 지출되는 만큼 전작권 환수를 위한 추가 비용을 감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심기 건드리는 李 정부

이재명 정부에서 꺼내든 전작권 환수 카드는 관세 협상에서 한반도 안보 지형 전체를 흔들 최악의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진보 정권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다. 특히 지금은 미국 우선주의와 세계 패권국가를 대놓고 내세우는 초강경 트럼프 대통령 시대다.

관세율과 방위비 대폭 인상 등 미국이 원하는대로 따라주며, 한발 물러서는 것이 어쩌면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 준하는 수준 또는 동맹 한국에 대한 특별 배려' 정도로 협상 타결에 나선 후에 미국이 북한의 핵으로부터 한국의 안보를 더욱 철저히 담보하면 나쁠 것도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예전부터 미군은 한국군에 전작권을 넘겨주고 싶어 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전인범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은 "현역 시절 미군 장성들로부터 '작전권을 한국군이 가져가도 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아직까지 한미 정상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4일만에 축하 전화를 한 후에도 백악관 공식 논평이나 개인 SNS를 통해서조차 '이재명' 이름 석자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23년 보도한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열린 청년학생들의 반미 집회 모습. 연합뉴스

◆'먹사니즘'이 '죽사니즘' 될 수도

통상 협상은 먹고 사는 문제지만, 국가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다. 지금은 한미 양국간의 먹사니즘 협상을 하는 타이밍이다. 전작권 문제를 잘못 건드려, 한반도에서 미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를 사태를 초래해선 안 된다.

전작권 조기환수를 주장하는 이들은 "한국군과 미군이 동등하게 협력하게 되며,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는 전작권 환수를 합의한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문서에 나와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전작권 환수는 한미연합사 해체 또는 개편이 필수적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합의 때도 2012년 전작권 환수 후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기로 했다.

천영우 전 외교부2차관은 저서를 통해 "미군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반면, 한국군은 베트남 전쟁 이후 실전 경험이 거의 없다"며 "미군이 한국군의 지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만약,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전쟁 발발시 미군 병력의 증원 여부조차 불투명해진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