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부동산 규제에 움츠러든 수요…단기적 착시 효과 우려 "다양한 공급·세제 정책 펼쳐야"

입력 2025-07-14 16:59:01 수정 2025-07-14 20:15:10

규제 전후 매수우위지수 뚝 떨어져 2주만에 43.9→35.6
단기적 대출 규제 수요 억제…양극화, 수도권 쏠림 현상 지속 예측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정보가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정보가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시장이 단기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일시적 하방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거래 절벽, 주거 양극화, 수도권 쏠림 현상 등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공 주택 공급 확대는 물론, 지주중심의 주택개발, 세제 규제 등 다양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침체기에 빠진 지역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강도 정부 대출 규제에 움츠러든 부동산 시장

정부가 최근 대출 상한액을 6억원으로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뜨겁게 끓어오르던 부동산 시장이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14일 KB부동산의 아파트 시장동향(7일 기준)을 살펴보면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35.6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6·27 부동산 규제를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 23일(43.9)보다 8.3포인트(p)나 떨어진 수치다. 규제 발표 직후인 지난달 30일에도 39.8로 하락해 2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서울 매수우위지수(99.3)는 수요(매수자)와 공급(매도자)이 일치하는 기준치인 100에 가까웠으나, 2주 만인 지난 7일 60.6까지 급락했다. 매수세가 빠르게 위축하며 시장 전반의 관망세가 짙어진 모양새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을 살펴보면 전주(6월 16일·0.06%) 대비 지난 달 23일에는 상승폭(0.08%)이 컸으나, 이달 7일에는 전주(6월 30일·0.05%) 보다 상승폭(0.04%)이 감소했다.

서울도 지난달 23일(0.44%)부터 상승폭이 줄어들며 관망세가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은 지난달 30일 0.31%, 이달 7일 0.28% 기록했다.

아울러 거래량도 크게 감소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이후인 6월 27일~7월 3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77건으로, 규제 직전 1주일(6월 20일~26일) 동안 거래량(1천629건) 대비 64.6%(1천52건) 급감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올해 하반기 전 금융권 가계 대출 총량 목표에 대해 당초 계획 50% 수준으로 축소할 것을 요구하면서 대출 규제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사,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 가계 대출 총량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출 규제 정책 이후 문의가 확연하게 줄었다"며 "당장 계약금 손실을 보더라도, 아파트 값이 떨어져 더 큰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고강도 대출 규제, 단기적 수요 억제에 불과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 후 시장 흐름에 대해 단기적 수요 억제 효과에 따른 일시적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병홍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회장)는 "대출규제를 현재와 같이 유지 또는 강화하면, 거래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 하방 효과가 있다"며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미봉책이고, 주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수도권 쏠림 현상도 계속된다"고 말했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 교수(한국재무관리학회 회장)는 "6억원 이하 주담대 대출규제는 부동산시장에 일시적으로나마 효과를 보고 있다"며 "서울 강남 일대를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하락 또는 보합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빌사부 대표)는 "대출 규제로 당장 관망세가 나오지만, 효과가 지속화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모든 정부 정책이 그랬듯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집값 상승이 불가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은행 앞 대출 홍보물을 지나는 시민. 연합뉴스
서울 시내 은행 앞 대출 홍보물을 지나는 시민. 연합뉴스

◆부동산 문제 해결 위해 공급·세제 등 다양한 방안도 융합해야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과 세제 인하, 새로운 주택개발방식 도입 등을 융합한 정책을 펼쳐 부동산 시장에 안정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서울 수도권은 공공임대 주택 및 공공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자체 공기업인 도시개발공사 간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주택 및 토지 공급 물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나아가 정비 사업 활성화 방안을 조기에 마련하고 지역 주택 조합 제도 폐지 후 부지 소유주들로 구성한 지주주택조합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지역 등 지방에 수년간 쌓인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한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정 교수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시장가격 왜곡을 막아주고, 거래 유동성을 위해서는 거래세 인하 취득세 인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보유세는 부동산 투기 여부 관점에서 볼 때, '실거주 1주택'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고가 건물일 경우, 과제공제기준을 기존 80억원에서 40억원으로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안했다.

규제 확대 정책을 통한 수요 억제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송 이사는 "수요 억제를 위해선 이번 대책보다 더 강한 카드를 꺼내야 하는 데 복합적인 규제가 담긴 조정대상지역 확대 지정이 수요 억제에 효과성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근 착공 물량이 워낙 적은 데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앞으로 서울 지역의 공급 부족 사태가 3~5년가량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