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진작과 휴식권 보장, 임시공휴일의 이면
임시공휴일 하루 소비 1천210억… 해외는 297만 명 떠났다
제도적 사각지대와 경제 효과의 명암
길어진 연휴, 웃는 사람과 울고 있는 통계가 있다. 정부 재량으로 지정되는 임시공휴일은 국민 모두에게 똑같은 '쉼'을 주는 것이 아니다. 내수 회복을 노렸지만, 수출과 생산은 흔들렸다. 국민 휴식권 보장 이면에 수출·생산 저하와 휴식권의 불균형 문제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임시공휴일, 언제 왜 생겼나?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임시공휴일 지정의 명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총 64회의 임시공휴일이 지정됐다. 이 중에서 39회는 선거일과 관련해 지정됐으며, 이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비중이다. 선거일이 법정공휴일로 인정되지 않던 시절, 정부는 임기 만료 선거일 외의 선거를 치르기 위해 해당 날짜를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 했다.
그러나 2006년 9월,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임기 만료 선거는 법정공휴일로 인정되면서 선거일 지정이 감소하게 됐다. 그 이후 임시공휴일 지정은 서울올림픽 개막일(1988년 9월 17일), 한일월드컵 폐막일 다음 날(2002년 7월 1일) 등 국가적 행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국민의 휴식권 보장과 내수경기 진작을 목적으로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3년 10월 2일, 2025년 1월 27일 등의 임시공휴일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결정이다.

◆내수엔 약, 쉬는 날엔 환호
임시공휴일의 긍정적 효과 중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소비 촉진이다. 공휴일 동안 사람들의 지출이 늘어나는 특성을 활용해 단기적인 소비 진작을 도모하는 것이다.
대표 사례로 2015년 8월 14일 임시공휴일이 있다. 당시 정부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으로 위축된 내수를 회복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다.
이에 따라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연휴가 형성되었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4대 고궁과 종묘 무료 개방, 대규모 할인행사 등 다양한 조치를 병행했다.
그 결과는 수치로 확인됐다. 백화점 매출은 전주 대비 6.8% 증가했고, 대형마트는 25.6%, 면세점은 16.5% 상승했다. 놀이공원 입장객은 45.7%, 박물관 관람객은 60.6% 증가했으며, 특히 4대궁과 종묘의 입장객 수는 무려 303.9% 늘어났다.
임시공휴일이 일상에 쉼을 더하는 것도 중요한 효과다. 보고서는 헌법상 명시된 '휴식권'은 없지만, 행복추구권의 일부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0년 2천163시간에서 2023년 1천872시간으로 약 13.5% 감소했으나, 여전히 OECD 주요국 대비 긴 편이다.
2023년 기준 OECD 국가 평균은 1천742시간이고, G7 국가 평균은 1천599시간이다. 이 같은 수치는 한국 사회가 아직도 '쉬는 날'에 대한 제도적 보완 여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연도별 공휴일 수는 변동성이 큰 구조다. 예컨대 2017년에는 공휴일이 주말과 겹친 날이 4일이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6일이나 됐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체공휴일 제도를 도입했지만, 일부 공휴일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표적으로 신정(1월 1일), 현충일(6월 6일)은 대체공휴일 대상이 아니다.


◆해외로 빠진 소비…경제는 '역풍'
반면, 임시공휴일의 내수진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올해 1월 27일 임시공휴일 사례를 중심으로 부정적 효과를 분석했다. 이날은 설 연휴 직전에 지정된 날로, 기존 3일이었던 설 연휴가 6일로 확장됐다.
긴 연휴에 많은 국민이 해외여행을 선택했고, 그 결과 1월 해외관광객 수는 297만3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9.5%, 전년 동월 대비 7.3% 증가한 수치로, 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관광 소비 지출은 오히려 줄었다. 1월 국내관광 소비는 약 3조 원으로, 전월 대비 7.4%, 전년 동월 대비 1.8% 각각 감소했다. 설 연휴 기간 중 임시공휴일인 27일 하루 동안의 지출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60% 이상 늘었지만, 전체 월간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체 소비의 흐름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계열)도 1월에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이는 임시공휴일이 소비 촉진에 미친 영향이 단기적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임시공휴일이 산업 생산과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1월의 조업일수는 20일로, 전년 동월보다 4일 줄었다. 이 영향으로 1월 수출은 491억3천 달러에 그쳤고, 전년 동월 대비 10.2% 감소했다. 올해 1~2월 수출 총액은 1천17억3천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다.
생산 측면에서도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1월 전산업 생산지수는 원계열 기준으로 전월보다 1.6% 감소, 전년 동월 대비로는 3.8% 감소했다.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생산 감소가 나타났으며, 이는 장기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축소의 여파로 풀이된다.

◆국민 모두의 '쉼'은 아니다
임시공휴일의 가장 큰 제도적 문제로 '휴식권의 불균형'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은 임시공휴일 적용 대상이 아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는 2천857만6천 명이며, 이 중 999만8천 명이 1~4인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는 전체의 35.0%에 해당하는 규모로, 수많은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임시공휴일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구조다.
임시공휴일이 정부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정 절차는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만, 지정 사유는 법령에 포함돼 있지 않아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제도적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안중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임시공휴일 지정은 내수진작 효과가 제한적이며, 특히 최근에는 해외여행 증가로 그 효과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수출과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순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휴식권은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이며, 임시공휴일이 아닌 제도화를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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