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헌 77주년, 삶의 중심을 지키는 '마음의 조항'을 세우다 -
1948년 7월 17일, 우리는 "이런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공동의 다짐을 '헌법'이라는 이름의 문서로 세상에 선언했다.
그날은 단지 법이 만들어진 날이 아니라, 한 나라가 어떤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고자 했는지를 스스로 약속한 날이었다. 헌법은 단순한 법 조항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국민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 국민은 서로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를 담은 정신적 골격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존엄', '가치', '자율', '자유', '평등', '행복'이라는 단어들이 들어 있다. 이것은 정치나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마음과도 깊이 연결된 핵심 가치들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이 짧은 문장에는, 우리 마음을 지탱하는 세 축이 담겨 있다. 존엄이 무너지면 우울해지고, 가치가 흔들리면 무기력해지며, 행복을 포기하면 삶은 길을 잃는다. 삶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헌법 속 문장일 뿐 아니라, 마음의 원리이기도 하다.
헌법은 국민을 지키는 법이지만, 마음의 기준이 무너진 사람은 그 보호 아래에서도 흔들린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국가의 헌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내 마음의 헌법'이다.
국가가 헌법을 통해 공동체의 기본 원칙을 세우듯, 우리 각자도 자기 마음속에 세워야 할 원칙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타인과의 비교보다,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응원한다." 이처럼 짧지만, 진심이 담긴 문장 하나하나가, 자기 마음을 지키는 조항이 된다.
우리는 때로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다. 잘하고 있음에도 자신을 몰아붙이고, 실수 하나에 자신을 부정한다. 아무도 책망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속에서는 쉼 없이 자책한다.
그럴 때 자존감은 금세 무너지고, 삶은 방향을 잃는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자기 존중의 선언이다.
외부의 기준은 늘 시시각각 달라진다. 유행은 바뀌고, 타인의 기대는 수시로 변한다. 그때마다 기준 없이 휩쓸린다면, 삶의 중심은 끊임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의 헌법',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문장 하나가 있다면, 상황이 어떻든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킬 수 있다.
나는 제헌절이 오면, 내가 날마다 되새기며 실천해 온 마음의 헌법을 다시 돌아본다. 지켜낸 조항도 있고, 흔들렸던 조항도 있다. 어떤 문장은 덧붙이고, 어떤 문장은 새로 고쳐 쓴다. 마음에도 개헌이 필요하니까.
오늘 여러분에게도 권하고 싶다. 단 하나의 조항이라도 적어보면 충분하다.
"나는 하루에 한 번, 나 자신을 칭찬한다.""나는 타인의 기대보다 내 마음의 소리에 더 집중한다.""나는 실패를 딛고 나아가는 사람이다."이처럼 자신을 지키는 한 줄이, 어느 순간 삶을 붙드는 문장이 된다.
헌법이 우리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을 보장하듯, 우리 각자도 자신의 삶이 존중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선언은 말로 끝나지 않는다. 날마다 되새기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의 태도가 되어야 한다.
국가의 헌법처럼, 나를 지켜줄 문장을 오늘 적어보자. 내 삶의 좌표가 되어줄 단 하나의 문장. 그 문장이, 흔들릴 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사공정규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李 대통령 "돈은 마귀, 절대 넘어가지마…난 치열히 관리" 예비공무원들에 조언
尹 강제구인 불발…특검 "수용실 나가기 거부, 내일 오후 재시도"
"李 '이진숙, 문제있는 것 같아 딱하다' 언급"…정규재 전언
방위병 출신 안규백 국방장관 후보자, 약 8개월 더 복무한 이유는?
李 대통령 "韓 독재정권 억압딛고 민주주의 쟁취"…세계정치학회 개막식 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