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요동 모의 장치'가 재현하는 극한의 해상 환경
'비콘 타워'가 구현하는 정밀한 위협 표적 시뮬레이션
CIWS-II, 체계 통합 성능 검증으로 신뢰도 입증
"바다가 없는 내륙 도시 경북 구미에서 실제 함정의 흔들림을 재현하며 최종 방어 시스템의 눈과 두뇌를 단련합니다."
지난달 26일 LIG넥스원 구미하우스에서 열린 근접방어무기체계(CIWS-II) 생산시설 준공식에서 CIWS-II 개발단 팀장이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내륙 한가운데서 어떻게 실제 파도의 영향을 테스트할 수 있을까? 궁금증이 폭발했다. 그 비밀은 바로 상식을 뛰어넘는 최첨단 시뮬레이션 기술에 있었다.
◆ 1단계: 지상에서 '인공 태풍'을 만들다 〈함요동 모의 장치〉
행사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기계 위에 위풍당당하게 올라선 CIWS-II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기계의 정체는 바로 '함요동(Ship Motion) 모의 장치'. 이름 그대로, 실제 함정이 거친 파도 위에서 겪는 복합적인 흔들림을 지상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장비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이 장치는 '해상 상태 5(Sea State 5)' 이상, 즉 태풍이 부는 수준의 격렬한 파도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CIWS-II는 이 위에서 쉴 새 없이 피칭(앞뒤 흔들림)과 롤링(좌우 흔들림)을 겪으면서도 목표물을 놓치지 않는 안정화 성능을 검증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작전 중 어떤 악천후 속에서도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핵심 과정이다.

◆ 2단계: 보이지 않는 적을 쏘다 〈비콘 타워와 모의 표적〉
그렇다면 목표물은 어떻게 만들까? 실제 미사일을 쏠 수는 없는 노릇. 해답은 시험장 건너편 낙동강 너머에 우뚝 솟은 70m 높이의 '비콘 타워(Beacon Tower)'에 있었다.
이 타워는 CIWS-II를 향해 가상의 '모의 표적 신호'를 발사한다. 이 신호는 실제 대함 미사일이나 드론이 내뿜는 레이더 반사 특성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CIWS-II에 탑재된 최첨단 AESA(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더는 이 보이지 않는 적을 정확히 탐지하고 식별해야만 한다.
특히 LIG넥스원 구미 1하우스와 비콘 타워가 있는 2하우스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은 '천혜의 테스트 필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강이라는 자연적 장애물이 장거리 표적 탐지·추적 성능을 검증할 최적의 거리를 확보해 준 것이다.
만약 테스트장 사이에 낙동강이 아닌 빌딩이나 민가가 있었다면 테스트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 3단계: 흔들림 속에서 목표를 쫓다 〈궁극의 체계 통합 검증〉
테스트의 하이라이트는 이 두 가지 상황을 결합하는 것이다. 함요동 모의 장치 위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는 CIWS-II가 비콘 타워에서 날아오는 가상의 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그야말로 '궁극의 시뮬레이션'이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은 ▷레이더 빔 안정화 ▷전자광학추적장비(EOTS) 안정화 ▷함포 구동부 안정화 등 모든 구성 요소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함을 증명해야 한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 눈과 팔다리를 갖췄는지를 최종 시험하는 셈이다.
LIG넥스원은 이처럼 정밀한 지상 검증 프로세스를 통해 개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성능의 신뢰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바다 없는 구미에서 K-방산의 미래가 이처럼 단단하게 영글고 있다. 실제 함정에 탑재돼 우리 영해를 수호할 CIWS-II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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