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는 중동의 작은 나라다. 걸프만(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에 돌출(突出)한 모양이다. 면적은 1만149㎢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 경기도만 하다. 인구도 300만 명 조금 넘는데, 경상북도보다 살짝 많은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쪽 아라비아반도에 있다. 페르시아만 건너편이 이란이다. 국토 전체가 건조사막기후에 속해 척박하다. 그런데 경제 규모는 굉장하다.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 덕분이다. 1인당 GDP는 7만달러 안팎으로 세계 10위 안에 든다. 맞다. 지난달 4억달러(5천600억원)가 넘는 비행기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다고 밝혀 세계의 이목을 끈 그 나라다.
이러한 카타르의 강점 중 하나는 중재력(仲裁力)이다. 실용적인 다각 외교, 미국 등 서방과의 전략적 동맹, 분쟁 중재자 역할, 지역 내 균형 외교 등을 추구한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도 중재 역할을 맡았다.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미국과 이란 간 중재도 카타르가 했다. 이는 미국, 이란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가능했다. 카타르엔 미국 본토 밖 미 공군 기지 중 최대 규모인 알우데이드 기지가 있고, 이란과는 걸프만의 세계 최대 해상 천연가스전을 공유하고 있다.
카타르가 이처럼 발군(拔群)의 중재력을 가지게 된 것은 '생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대다수 아랍 국가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 사이에 자리 잡은 지정학적 특성상 생존하려면 외교 역량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이란과도 교류와 협력을 통해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했는데, 이 때문에 지난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로부터 연쇄 단교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중재 역할을 한 게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였다. 카타르가 이번 미국-이란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50년간 오만을 통치(統治)한 술탄 카부스는 '지리와 이웃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지정학적 위치상 약소국 지도자의 고뇌와 지혜가 잘 드러나는 말이다. '바꿀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리더십의 결과가 지금의 오만과 카타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을 이웃으로 둔, 아니 사이에 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다.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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