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퇴사, 연인과의 이별, 프로젝트의 종료, 인생의 끝, 누군가의 죽음, 이혼까지. '이별'이란 말 앞에 '아름답다'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본다.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말이 진짜 가능한 말인지,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이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올해 1월부터, 문화계에서 일하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일들을 조심스럽게 주워 담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부터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6개월 간 이어온 이 칼럼을 마무리할 즈음, 스스로에게 조금은 의미 있는 결론을 남기고 싶었다. '좋은 마지막'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내 안에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바람이 때로는 우리를 과거에 머물게 한다. 좋은 마무리를 남기겠다는 마음이 어느새 '내가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욕망으로 변하고, 그러다 보면 자꾸 과거에 매이게 된다.
주변을 보아도 과거의 빛나던 순간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틀림없이 대단한 일을 해온 분들이지만, 어느 순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이야기들은 조언이나 경험이 아니라 '자랑'처럼 들리기 쉽다. 생각해보면, 정년 퇴임식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수십 년 간의 지난 업적을 빼곡히 나열하며 얼마나 많은 일을 해왔는지를 강조하는 퇴임식이 많지만, 오히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과거에 갇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보다 그 시간을 통해 쌓아온 사람의 태도와 품격,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더 의미 있고 기억이 남았다.
사람들은 결국 과거의 업적보다, 현재의 태도와 미래의 가능성을 더 바라본다. 내 뒷모습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보다, 앞으로의 비전을 나누는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남는다. 그러니 내가 떠난 자리에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과거의 이야기보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중요하다. '내가 예전에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지금 나는 이런 길을 가려 해'라고 말하는 것이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6개월 동안 쌓아온 이 글들도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내 작은 기록이었다. 내가 보고 느낀 세상, 함께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 앞으로 계속 생각해보고 싶은 질문들을 담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질문을 향해, 다음 이야기를 찾아 떠나려고 한다. 좋은 이별은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이번 여정의 끝에서 배운다.
읽어주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이 여정은 의미가 있었다. 어쩌면 나의 이번 이별도, 그렇게 누군가의 작은 기대 속에 남기를 바라본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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