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설립자의 발자취 따라…대구대 학생들, 태평양의 비극을 마주하다

입력 2025-06-25 09:43:05

대구대, 사이판·티니안서 강제징용 동포 추모…'성산리더십 프로그램' 운영
사이판·티니안에 묻힌 동포의 역사…학생들 추모와 배움의 시간 가져
'성산' 이영식 목사 뜻 이어가며, 대학 70주년 앞두고 기념사업 박차

대구대 방문단이 지난 17일 사이판에 위치한
대구대 방문단이 지난 17일 사이판에 위치한 '태평양한국인추념평화탑'에서 추모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대 제공
대구대 방문단이 지난 6월 18일 티니안에 위치한
대구대 방문단이 지난 6월 18일 티니안에 위치한 '평화기원한국인위령비'에서 추모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대 제공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대구대가 태평양 전쟁의 상처가 남은 사이판과 티니안에서 해외 동포를 기리는 특별한 여정을 이어갔다. 학생과 교직원은 강제징용의 현장을 찾아 묵념하고, 숨겨진 역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대구대학교(총장 박순진)가 지난 17~20일 사이판과 티니안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희생된 해외 동포를 추모하는 '성산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구대 개교 70주년을 맞아 마련된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박순진 총장을 비롯해 학생과 교직원 등 38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이 참여했다. '성산리더십 프로그램'은 대학 설립자인 고(故) 이영식 목사의 호 '성산(惺山)'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그의 정신을 계승하는 뜻을 담고 있다.

방문단은 사이판의 '태평양한국인추념평화탑'과 티니안의 '평화기원한국인위령비'에서 추모제를 올리고, 일본군 최후 사령부와 같은 역사적 장소를 찾아 전쟁과 강제징용의 비극을 직접 마주했다.

사이판과 티니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일본군의 격전지로, 당시 일제는 이곳에 군사 기지와 활주로를 건설하기 위해 한국인들을 강제로 동원했다. 이들의 희생은 태평양 전쟁 종전 이후 30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1975년, 대구대 설립자 이영식 목사는 태평양 지역의 특수교육 기관 설립을 위한 조사차 현지에 방문했다가, 티니안에 한국인 유해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색에 나섰다. 이듬해인 1976년, 그는 티니안 정글 속에서 '조선인지묘(朝鮮人之墓)'라 쓰인 묘비와 합장묘 3기를 발견했고, 뜻을 함께한 이들과 함께 유골을 수습해 1977년 5월 충남 천안 '망향의 동산'에 안장했다.

대구대는 이후에도 설립자의 뜻을 잇는 추모 활동을 이어왔으며, 2016년 개교 60주년 기념사업으로 사이판 현지에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추모비를 세우는 등의 성과를 쌓아왔다.

김민재 대구대 총학생회장(바이오메디컬전공 4학년)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사이판과 티니안에 숨겨진 역사를 알게 되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며 "해외 희생 동포 봉환 사업에 앞장선 이영식 목사님의 활동을 배우며 대학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은 "대구대는 성산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이영식 목사의 숭고한 뜻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이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며 "특히 내년 개교 70주년을 앞두고 대학 설립자를 기리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대구대 박순진 총장을 비롯한 방문단이 사이판에 위치한
대구대 박순진 총장을 비롯한 방문단이 사이판에 위치한 '태평양한국인추념평화탑' 추모제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대구대 제공
대구대 박순진 총장을 비롯한 방문단이 사이판에 위치한
대구대 박순진 총장을 비롯한 방문단이 사이판에 위치한 '태평양한국인추념평화탑' 추모제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대구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