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국익 중심의 외교 질서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보호무역주의 심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다자 협력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실용적 외교와 경제 안보 연계가 주요 흐름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오는 10월 말 대한민국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APEC 정상회의는 전 세계 GDP의 62%, 교역량의 50%를 차지하는 아-태 지역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 협력과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 경제협력체이다.
2025 APEC 정상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주최하는 대형 국제회의다. 경제협력체를 넘어 글로벌 외교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외교 역량을 보여 줄 무대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표방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벗어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복원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APEC 정상회의는 참가 회원국 정상들 간의 양자 또는 다자 회담 등을 통한 직접적인 소통으로 각종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 주요 경제인들이 모여 국제적 협력과 무역, 통상을 논의하는 세일즈 무대로 '의장국'인 우리나라의 역할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2025 APEC 정상회의는 경북 경주로서는 세계의 중심에 서는 역사적 기회다. 경주는 신라 천년 고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시, 한국 문화유산의 보고이자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경주가 인천, 제주 등과의 경쟁에서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로 결정된 데에는 '한국적인 미와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대통령 선거 등으로 인해 모든 이슈와 관심이 '정치'로 집중되면서 경주 APEC 정상회의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
이제 4개월 앞으로 다가온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국가와 지방정부 간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행사 준비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다.
정상회의장과 국제미디어센터, 만찬장 조성은 물론 정상급 숙소인 PRS 마련 등 인프라 조성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또 수송, 경호, 안전, 의료 등도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경주를 찾는 세계 지도자들과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고 알려지기 때문이다.
특히 경주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경주가 단지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글로벌 플랫폼 도시로 변모하는 계기로 삼자. 고분과 불국사, 첨성대 같은 문화 자산과 함께 한류 콘텐츠, 스마트시티 인프라, 그린에너지 등 미래 경주의 비전을 제시해 보자.
또한 이번 정상회의가 단발성 국제행사로 그쳐선 안 된다. 세계가 주목할 만한 메시지를 던지고, 경주의 미래 좌표를 그려 내며, 국민과 함께 성과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국익 중심의 외교, 지역 중심의 성장, 시민 중심의 개방이 조화를 이룰 때 이번 APEC 정상회의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미래 외교를 여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남은 기간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 국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통해 역대 최고로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를 치러 내는 저력을 보여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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