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현 대구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요양보호사가 치매 노인을 이불을 덮어서 때리고, 남이 보는 데서 기저귀를 가는 등 노인을 학대한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는 최근 기사는 더 이상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 그만큼 노인학대는 우리 곁에 가깝게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에서 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으로서 노인 학대를 현장에서 보다 더 가깝고 생경하게 목도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든이 넘은 아버지를 수차례 때리고 '죽인다'며 협박하며 상습적으로 노인을 학대한 아들, 정신 장애가 있는 70대 아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하는 남편 등 학대 사례를 심심찮게 본다. 대구 동구는 도농 복합 지역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나, 가정폭력 등 노인학대가 일상의 평온함 속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노인학대는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신체·정신·정서·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나 유기,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노인학대 사건의 대다수는 가정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노인들은 학대를 경험하고도 학대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고, 학대임을 알고도 밖으로 알리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노인학대는 엄연한 범죄이다. 은폐되기 쉽고 폭력이 반복되기 쉽다는 특성상 노인학대 문제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고,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
경찰은 지구대, 여청수사와 여청계가 학대 신고 가정에 대해 이중 삼중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여청계 APO(Anti Abuse Police Officers)는 가정폭력 등 노인학대 범죄에 대해 추가적인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시 병원, 상담기관, 구청 등을 비롯한 유관기관에 연계하고 피해자에게 스마트 워치를 지급하는 등 추가 학대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는 이와 같은 노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나 학대를 개선하기 위해 매년 6월 15일을 '세계 노인학대인식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이날을 '노인 학대예방의 날'로 지정해 노인학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우리는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노인 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그 비율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노인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만큼, 노인학대 문제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효(孝)와 예(禮)를 중시한 사회이다. 조선시대에는 부모에게 불효하는 범죄는 엄히 다스렸고, 오늘날까지도 존속에 대한 폭행 등 존속 상대 범죄는 가중처벌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인학대가 주로 배우자나 자녀 등 친족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가슴 아프다. 노인을 단지 돌봄의 대상이 아닌,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인학대가 더 이상 가정 내의 문제가 아니라는 우리 사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인학대 뿐만 아니라 다양한 폭력을 현장에서 마주하는데, 특히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는 높아졌다고 느낀다. 아동학대에 대한 보호조치도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 없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노인은 성인이라는 점에서 노인 학대에 대한 경각심은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가족 뿐 아니라 복지기관, 경찰, 지역사회 모두가 노인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작은 이상 신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웃이나 지인 등 주변에서 노인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즉시 경찰(112)이나 노인보호전문기관(1577-1389)에 신고해야 한다. 전문가의 상담과 지원을 통해 노인에게 필요한 보호와 치유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드는 작은 변화와 따뜻한 관심이 존엄한 노후를 지키는 큰 힘이 된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TK를 제조·첨단 산업 지역으로"…李 청사진에 기대감도 들썩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사설] 민주당 '정치 복원' 의지 있다면,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 넘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