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더 기대되는 웅비 경산] (중) 압독국 DNA 계승·발전

입력 2025-06-17 16:20:23 수정 2025-06-17 16:25:55

<서문> - 청동기 시대 조그만 부족 국가 후손들이 인구 30만명에 이르는 시(市)단위 도시로 성장했다. 경산시가 각종 산업과 물류의 중심지로 발전한 이유는 수천년간 이어진 자신들의 DNA를 잊지 않고 계승·발전 왔기 때문이다. 경제와 교육, 문화 등 다방면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온 경산시는 이제, 경상북도는 물론이고 국가의 주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발돋움을 하고 있다.

순장의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된 임당유적의 조영1A지역 19호 목곽묘. 무덤주인의 인골과 함께 2명의 순장자가 무덤 주인의 발 아래에서 확인돼 인골을 통해 순장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매일신문DB
순장의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된 임당유적의 조영1A지역 19호 목곽묘. 무덤주인의 인골과 함께 2명의 순장자가 무덤 주인의 발 아래에서 확인돼 인골을 통해 순장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매일신문DB

◆촌락 부족이 국가 발전 초석이 되다.

경산 지역은 청동기 시대 군장이 다스리는 여러 촌락 형태로 존재했다. 기원전 2세기경 부족 국가인 '압독국'으로 통합돼 진한 12개국 연맹체에 속했다. 이때 압독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했는데 이는 지금의 경산시 압량(읍)의 유래다. 최근 당시의 고분과 토성, 마을 유적 등 복합 유적지가 발견됐다. 사적 516호로 지정된 고분군(정식 명칭은 '경산 임당동 조명동구분군')은 1천700여기의 묘역이 드러나 규모 면에서 국내 최대를 기록했다. 수많은 고분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음에도 질서정연하게 배치됐다는 점은 당시 건설 기술과 사회 제도의 발달이 상당히 진화됐음을 보여준다. 선조들의 삶을 계승하기 위해 경산시는 지난달 임당유적전시관을 개관했다. 대한민국 최초로 고대인들의 삶과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생활유적(삶)'과 '무덤유적(죽음)', 인골 등의 주제로 밀도 있게 전시해 놨다. 출토 고분의 상당수가 DNA 분석을 거쳐 다양한 연구 분야에 활용되고 있고, 살아생전의 얼굴을 복원한 이도 5명이나 된다.

2025년 개관 예정인 임당유적전시관 조감도. 경산시 제공
2025년 개관 예정인 임당유적전시관 조감도. 경산시 제공

경산시는 선조들의 생활상을 재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사회 발전 욕구를 계승하기로 했다. 고심 끝에 유적지 인근에 스타트업 창업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임당유니콘 파크라는 명칭으로 들어설 시설물은 총사업비 995억원 규모다. 120여 개의 기업 입주 공간과 원스톱 물류 하역시스템, 첨단 보안 시스템 등이 마련된다. 경산시는 관내 13개의 대학, 6개의 전문연구기관, 5개의 산업단지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면, 수년 내에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의 탄생은 시간 문제라고 확신한다. 유니콘 기업 배출은 세계 신기술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유구한 문명을 가진 압독국의 후손답게, 스타트업 기업이 이곳에서 세계 시장 선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당유니콘파크 조감도
임당유니콘파크 조감도

◆ 대구·경북(TK)중추도시

경산시는 대구·경북권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강점과 함께, 교육·산업·문화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TK 핵심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영남대학교, 대구대학교, 대구한의대학교 등 10여 개 대학이 밀집한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도시를 자랑한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청년 인재풀을 양상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지식기반 혁신도시로 부상했다.

경산시 제공
경산시 제공

경산의 교통망은 대구와 경북을 잇는 핵심 통로로 발전해 왔다. 경산-울산 간 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대구·경북과 울산·부산 등 동남권 산업 벨트를 직결함으로써 물류 효율성 극대화와 산업 연계성이 강화됐다. 해당 노선은 경북 내륙지역과 동해안권을 직접 연결하는 전략적 축으로, 국가 균형발전 및 지역산업 공동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구 도시철도 1·2호선을 경산 내에서 연계하는 순환선 구축도 추진 중인데 이는 대구-경산 생활권 통합을 가속하는 동시에 광역경제권의 실질적 통합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경산시는 이러한 도로·철도망의 복합 확충을 통해 수도권에 준하는 TK 광역대중교통 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 면에서 경산은 첨단소재, 기계·부품, 자동차 등 전략 산업의 집적지로 성장했다. 특히 5개의 일반산업단지, 경산지식산업지구, 화장품특화단지 등을 중심으로 한 산업벨트는 지역은 물론 국가 제조업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자동차부품 산업 기반을 고도화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국내 관련 산업의 중심지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또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확산과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용 반도체, 지능형 센서, 전장부품 등 고부가가치 핵심 기술을 육성하고 관련 기업 지원에 나서면서 차세대 국가 동력 사업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산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2025년 미래차 전자 제어부품 산업 고도화 기반구축 사업'에 최종 선정돼 국비 10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고대 식생활 계승하는 농협

압독국의 식생활 문화를 계승하고 현대의 특성을 살려 계승·발전시키는데 농협이 앞장서고 있다. 최근 한 논문에 따르면 압독국 사람들은 현재 식단과 비슷한 쌀, 보리, 콩 등 식물군과 야생조류(꿩, 기러기, 오리), 육상동물(말, 소, 돼지), 해양동물(상어, 방어, 복어, 패류)을 섭취했다.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꿩, 기러기 같은 야생조류와 상어, 방어, 복어 등 해양어류를 주로 섭취한 반면 낮은 신분은 야생조류와 육상초식동물, 쌀, 보리, 콩이 주식이었다.

경산시 조합공동사업법인 주관으로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농협하나로마트 울산유통센터에서
경산시 조합공동사업법인 주관으로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농협하나로마트 울산유통센터에서'2024 경산 우수농산물 대도시 홍보 판촉행사'를 개최했다. 경산시 제공

경산 농협은 2년전 조합공동사업법인을 발족해 지역 농민을 중심으로 먹거리 생산에 나섰다. 2천년 전 서민 먹거리였던 쌀, 보리 등 대중 작물을 특화하는 대신 복숭아, 포도, 대추를 차세대 육성 먹거리로 계획하고 생산과 소매 판매에 집중했다. 일조량이 풍부한 지리적 이점 때문에 복숭아와 포도는 전국 최고 수준의 당도를 자랑하고, 대추는 전국 최대 생산지로 부상했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은 출범 1년만에 경북도 20개 시군 가운데 산지유통 활성화 및 유통구조 개선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법인은 샤인머스킷과 신비복숭아 등 개량 품종 개발 작업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법인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국에 소비자들이 고품질의 경산 농산물을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생산 및 품질 관리 등을 철저히 하겠다"며 "경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우수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다 함께 잘사는 부자농촌·행복도시 경산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을 이끄는 또 하나의 주역, 경산상공회의소

1986년 설립된 경산상공회의소(회장 안태영)는 460여 개 회원사를 둔 지역 유일의 종합경제단체다. 중소기업의 성장 기반 마련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지원 사업을 펴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친환경·윤리경영 중심의 ESG 경영 체계로 빠르게 전환되는 흐름에 대응해 'ESG경영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지역 중소기업의 ESG 도입을 선도하고 있다.

경산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임시의원 총회를 열어 제14대 회장에 현 안태영 회장 등 회장단을 선출했다. 경산상의 제공
경산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임시의원 총회를 열어 제14대 회장에 현 안태영 회장 등 회장단을 선출했다. 경산상의 제공

2023년에는 회의소 내에 '기업인 동반성장 라운지'를 조성, 상생경영과 지역사회 공헌은 물론 기업 간 교류와 협업 기회를 확대하며 지속 가능한 기업 생태계 분위기를 조성했다.

안태영 경산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이 살아아 지역이 살고,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도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경산상의는 지역의 기업과 시민을 잇는 경제플랫폼으로 역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