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6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지지율 조사가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임기 초의 지지율은 대통령 직무 평가라기보다는 아직은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의 성격이 더 크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의 임기 초 지지율(갤럽 임기 1/4분기 기준)을 보면 노태우 29%, 김영삼 71%, 김대중 71%, 노무현 60%, 이명박 52%, 박근혜 42%, 문재인 81%, 윤석열 50%였다. 반면 이재명의 6월 지지율은 53∼59.3%(NBS 9∼11일 조사 53%, 한길리서치 14∼16일 조사 56.5%, 리얼미터 16-20일 조사 59.3%)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보면 중간쯤 된다.
대통령의 임기 초 지지율이 중요한 것은 임기 초 국정 방향을 세우고 특히 개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정부가 들어서면 기존 질서의 관성이나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임기 초에는 국민들도 새 대통령과 일정 기간 허니문 기간으로 힘을 실어준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초에 지지율이 높았던 시기는 권위주의적 정부에서 민주적 정부로 넘어오던 때였다. 김영삼은 71%의 지지율로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친일파 청산 등 개혁을 추진했으며, 그 성과로 첫해 2,3분기에는 역대 최대인 83%를 기록했다. 김대중도 71%의 지지율로 IMF 국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대통령 이후 정치개혁 과제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박근혜와 윤석열 탄핵 이후 다시 개혁의 요구가 커졌다. 그로 인해 문재인과 이재명 정부의 임기 초 지지율은 정치사회 개혁을 위해 더 높은 지지율이 필요해 졌다.
두 대통령 중 임기 초에 81%로 사상 최고의 문재인 지지율에 비교하면 이재명(55% 전후)의 지지율은 차이가 크다. 그럼 왜 이재명 지지율이 문재인보다 낮은가?
첫 번째는 두 탄핵의 성격 차이다. 박근혜 탄핵은 국민이 대통령에 위임한 주권을 제 3자가 행사한 것에 대해 교과서적인 주권회복이었다. 반면, 윤석열 탄핵은 전제적 대통령과 의회 권력과의 충돌이었다. 마치 조선시대 왕권과 신권의 충돌과 같은 권력 투쟁으로 국민의 공감대가 떨어졌다.
두 번째는 탄핵 이후 보수의 대처다. 박근혜 탄핵 이후 보수는 지리멸렬했지만, 윤석열 탄핵 이후에는 결집을 하였으며,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비토세력으로 그대로 유지되었다. 세 번째는 두 대통령의 개인차다. 문재인은 임기 초에 소통과 포용력의 선한 훈남 이미지였다. 대통령 본인의 논란도 없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능숙한 행정 해결사 이미지다. 거기에 개인적 사법 논란이 있다. 이러한 관계로 탄핵 이후 정부이지만 이재명 지지율이 문재인 지지율 보다 더 낮은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50%대 중후반 지지율은 문재인 보다는 낮지만 그렇다고 역대 지지율과 비교해보면 낮다고만 할 수도 없다. 충분히 임기 초 국정을 끌어갈 수준이다. 또한 임기 초 지지율이 높으면 반드시 국정을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은 임기 초 81%, 임기 말 41%(갤럽)로 역대 최고였다. 그럼에도 87체제 이후 정당 기준 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실패한 불명예 정권이 되었다. 반면 노무현은 60%로 시작해서 27%(갤럽)로 끝났지만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는 문재인을 크게 앞선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으로는 두 번에 걸친 탄핵 과정에서 무너진 법치와 극심한 국민 분열 그리고 갈수록 낮아지는 잠재성장력과 벼랑 끝에 선 민생경제, 밖으로는 미중 대결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었던 경중안미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안보의 위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두 개의 길이 있다. 지지율 관리에는 성공했지만 국정 운영에는 실패한 문재인의 길과, 지지율 관리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국가와 국민 중심 국정 운영으로 사후 평가를 받는 노무현의 길이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운영의 동력이기도 하기에 지지율도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지지율 관리가 목표가 되면 단기 정책과 지지층을 우선 챙기기로 가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그러했다.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이 결정할 시간이고, 국민은 그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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