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첫 감사 'AI 교과서'…'채택률 98%' 대구교육청 사업 축소되나

입력 2025-06-12 18:08:21 수정 2025-06-12 20:59:51

새 정권 공약 통해 'AI 교과서' 학교 자율선택권 보장 강조
AI 교과서 퇴출 기로에 놓이면서 교육 현장도 큰 혼란 예상

지난 4월 10일 대구 수성구 덕화중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AIDT) 공개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사용 화면에 나타난 모둠별 학습 활동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 4월 10일 대구 수성구 덕화중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AIDT) 공개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사용 화면에 나타난 모둠별 학습 활동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시교육청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온 인공지능(AI) 교과서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새 정부에서 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법안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1대 대선 과정에서 공약을 통해 "성급한 AI 교과서 도입으로 발생한 교육현장 혼란을 해소하겠다"며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고 학교 자율선택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공약이 현실화하면 AI 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잃을 처지에 놓이면서 사실상 교실에서 외면받을 것으로 보인다.

AI 교과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1호 감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 9일 교과서 도입 방안, 검정 과정의 투명성·공정성 등 AI 교과서 도입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AI 교과서가 퇴출 기로에 놓이면서 교육 현장에도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대구 지역 초·중·고교 AI 교과서 도입률은 98%로, 전국 평균(32.4%)에 비해 3배나 높은 수준이다.

대구 지역 한 초교 교사는 "정권에 따라 교육 정책이 뒤바뀌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학교와 학생"이라며 "처음부터 교육 현장 당사자들의 의견과 교사들의 전문적인 판단에 좀 더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인프라 확충, 교사 역량 강화 등 디지털 교육 준비를 해온 만큼 AI 교과서 추진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올해 AI 교과서에 투입하는 예산은 140억원 규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AI 교과서를 직접 사용하는 교사나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고 학생 수준에 따른 맞춤형 학습에 반드시 필요한 도구"라며 "향후 정부 방침에 따라 다각도로 검토해 보겠지만 현재로선 AI 교과서를 현장에 안착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교과서가 도입 초기부터 절차와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많았던 만큼 효과성 검증과 추진 방식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술적 오류, 종이 교과서와 불일치 등의 다양한 이유로 AI 교과서의 실제 활용률이 상당히 낮다"며 "현장에서 왜 쓰이지 않는지 효용성에 대한 정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으면 강요하지 않아도 쓰기 때문에 효과성을 높여 점유율을 자율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AI 교과서는 올해 1학기부터 초등 3~4학년, 중·고 1학년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도입됐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 중·고 2학년으로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