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본부 차장
요즈음 세종에선 '하늘'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중앙 부처 ○○○ 국장의 영전 '썰'은 정설처럼 파다하다. 호남 출신에 전 정권 시절 한파를 겪었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모처럼 흰머리를 염색하고 출근한 날, "무슨 언질 받은 거 아냐?"라는 뒷말까지 나왔을 지경이다. 반대로 △△△ 실장 실각설도 공공연하다. 영남 출신이고 보수 정권 때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란다. 이런 이야기를 하노라면 꼭 뒤따르는 말이 있다. "홍 기자, 이제 대구경북(TK)신공항 사업은 어떡해?"
한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면 그 한 표는 천금보다 귀하다. 하지만 압승했다고 나머지 표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승자의 몫은 이들까지 품는 리더십이다.
2025년 6월 4일, 대한민국에 제21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1997년 대선 이후 28년 만의 최고 투표율로 역대 최다 득표수를 몰아줬다. 이재명 정부는 이 표심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내란 종식"을 위한 처벌과 권력기관 개혁을 기대하는 49.42%가 있지만, 그것만이 답은 아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1.15%를 득표했다. 단순히 '콘크리트 지지층'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부족하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 중 40.6%는 "싫은 후보 낙선을 위해" 투표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선 "TK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정책 지원은 없었으면 한다"거나 "고작 20% 지지를 보내 놓고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이 정부에 뭘 바라지는 않아야 한다"는 적대적 표현이 흔하다. TK는 표도 안 주면서 진보 정권에 떼만 쓴다고? 유능한 위정자는 편 가르기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자다. 항산(恒産)에서 항심(恒心)이 나온다는 맹자의 가르침은 실로 진리다. 양극으로 갈라져 반대만 일삼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그보다는 민생 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이 대통령도 이를 아는 듯하다. 그는 취임사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통합은 유능의 지표이며, 분열은 무능의 결과"라고 했다. 또 "민생을 바꿀 의지가 없는 정치 세력이 편 가르기에 매달린다"면서 민생 역량과 통합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大統領)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그 약속을 지키려면 폭넓은 지지가 필요충분조건이다. 대한민국은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50.58%까지 함께 한 사회를 구성하며 살아간다. 누구에게 투표했든 그 표의 가치는 같고 소중하다. 표로 나타난 국민의 정치적 의사는 대선 후 정치에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그것이 민의(民意)다. 같은 지역이나 세대라도 가치관이 제각각이고 지지 후보도 다를 수 있다. 특정 지역·세대·성을 하나로 뭉뚱그려 정치 성향을 매도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진정한 통합은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과 다투는 것"이라고 했다. 49.42%와 41.15%라는 숫자는 단순한 득표율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이 현실을 직시하고 민생에 집중할 때 비로소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약속은 살아 있는 정치로 완성된다. 부디 5년 뒤 이 글도, '누구'는 정말 안 된다던 이들의 걱정도 '기우'가 되길 소망한다. 승부는 끝났지만, 진짜 경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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