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섭 대구한의대학교 교학부총장
2023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교육부 제5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2023~2027년)은 '누구나 누리는 맞춤형 평생학습'이라는 슬로건 아래, 디지털 대전환과 초고령사회 등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는 평생학습 대전환을 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 정부 주도의 공급자 중심 정책에서, 정책 수요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평생교육을 펼쳐 나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는 국민에게 질 높은 평생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주체로 대학과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 산업과 지역 주민 등의 학습 수요를 발굴하고, 대학은 고품질 교육 인프라를 제공해 이른바 지역 맞춤형 평생학습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 중앙정부는 이 협력체계를 지원하고 협력하는 전략이다.
서울을 제외한 한국의 대학과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공동의 문제가 있다. 그것은 인구 절벽으로 인한 대학과 지자체의 소멸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특히 대구경북의 문제는 그 정도가 날로 심각해져, 경북 지역은 2~3곳 중급 규모의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지역의 대학 역시 해마다 심해지는 입학 자원 고갈로 5년 후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운 단계에 와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일찌감치 느껴온 대구한의대는 경북의 두 개 지자체와 협력을 맺고, 각 지자체 군민 즉 지역사회의 성인 및 재직자들에게 지자체 특화형 전문학과를 설치·운영함으로써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4년제 학위 과정인 이 학과는 '청도인적자원개발학과'와 '영덕지역사회돌봄학과'이다.
청도인적자원개발학과는 2023년 대구한의대와 청도군이 협약을 맺고, 2024년부터 매년 30명씩 청도군민 60명을 선발해 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으로는 '청도의 문화와 역사', '청도 지역 산업의 이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TPS 세미나', '지역사회 조직화 및 리더십' 등이 있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청도 지역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청도의 다양한 문제를 주민의 힘으로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지역 특화형 전문인재로 양성되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청도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식 속에서 비할 데 없이 적극적이다. 학생들은 이미 1·2학년이 함께하는 지역별 '평생학습 행복마을'을 이끌며 지역 봉사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영덕지역사회돌봄학과는 영덕군과 지난해 협약을 맺고, 올해 신입생 32명이 입학했다. 영덕군 전체 읍면 지역 출신인 학생들은 영덕군이 당면한 인구소멸, 특히 초고령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영덕 특화형 전문 교육을 이수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문제와 해결 방안에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재로서의 정체성과 지역 미래에 대한 책임 의식은 뜨거운 학구열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 영덕 산불로 인한 재해민을 위해 전 학생이 하나 돼 봉사활동에 참여했으며, 산림 복구를 위한 식목 행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한의대와 청도군, 영덕군이 협력해 개설한 청도인적자원개발학과와 영덕지역사회돌봄학과는 전국 최초의 대학-지자체 협력 교육 모델이다. 재학생들의 교육 만족도,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지역사회 내부의 문제를 지역민 스스로 역량을 키워 해결해 나가는 새로운 차원의 접근을 대구한의대가 시작했다. 지자체와 함께 손을 잡고 지역 주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지역맞춤형 교육은 한국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다시 쓰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주진우 "법사위원장 야당에 돌려줘야"
대통령실 "李대통령, G7 정상회의 초청받아 참석"
李대통령, 트럼프와 20분간 첫 통화…취임 사흘만
안철수 "드루킹이 행안부장관?…국민 상식에 중대한 도전"
[보수 리셋] (3)국민의힘, 체질 개선 시급…'웰빙 정당' 탈피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