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부터 한동훈까지 당내 분열 계속돼
대선 승리 뒷전...당권 신경전만 이어가
총선 영향도...'국민추천제' 김상욱은 민주당으로

대한민국 보수정당이 몰락하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과 2022년 지선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뒀지만 당내 기득권 세력들의 '끼리끼리 정치'가 몇 년 새 계속되면서 22대 총선과 21대 대선에서 연달아 패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21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무리한 단일화 시도를 추진하며 보수의 핵심 가치인 질서와 책임, 품격과 절차를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대선 패배 이후 '통합'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지만 당은 여전히 우왕좌왕하기만 할 뿐이다.
한국 정치사의 거대 양축 중 하나인 보수를 되살리기 위해선 보수정당 기치를 내건 국민의힘이 분열과 갈등을 끝내고 보수의 가치를 복원, 민심의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2년 대선·지선 승리 후 내리막길...'뺄셈 정치' 이어져
2022년 대선과 지선에서 승리한 이후 친윤계 중심의 국민의힘은 여러 난맥상을 꾸준히 보이며 '뺄셈 정치'를 해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이준석 전 당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퇴출 문제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으로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로 낙인찍혔고, 이후 '성 상납 의혹'으로 대표직을 상실했다. 이 전 대표의 탈당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던 젊은층 일부가 등을 돌렸고, 자연스레 중도 확장성도 잃게 됐다. 이 전 대표를 향했던 의혹은 경찰과 검찰 수사를 거쳐 '공소권 없음' 또는 '무혐의'로 종결된 상태다.
2023년 1월엔 나경원 의원이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려고 하자 당내 초선 의원 50명이 나 의원의 당권 도전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친윤계 의원들의 공격도 이어졌다. 나 의원이 사퇴하자 당 대표에는 친윤계인 김기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해 당선됐다.
대통령 및 친윤계와 갈등을 빚은 건 한동훈 전 당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한 전 대표는 친윤계의 지지로 당권을 잡았으나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마찰했고 동시에 친윤계의 새로운 과녁이 됐다. 당이 친윤계와 친한계로 분리돼 사분오열하며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과반을 내주는 패배를 당했다. 정부여당의 정책들은 입법권을 움켜쥔 야당에 의해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이런 상황은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초래했고, 대통령의 탄핵으로 어렵사리 잡은 정권을 내주는 결과를 맞닥뜨려야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용병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당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동안의 정통성보다는 '친윤'이라는 이름이 당을 장악했고 지선까지 이기며 그들의 자신감이 상당했던 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과 이로 인해 치른 6·3 조기 대선 패배는 앞서 당내 분열이 불러온 총선 패배에서부터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고 했다.

◆최악의 대선 경선...패배 예견한 듯 기득권 싸움만
국민의힘의 민낯은 21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부분의 의원이 대선 승리는커녕 당권 다툼에만 열을 올리며 지리멸렬한 과정을 보여준 탓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낙점됐으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절정은 5월 10일 새벽이었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총리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당 지도부는 김 전 장관의 대선 후보 자격 취소, 한 전 총리 입당 및 후보 등록 안건을 추진했다. 오전 3시 30분에 한 전 총리 홀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신청을 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으나 당원들은 김 전 장관을 택했다. 당 지도부가 '절차'를 무시한 사이 당원들이 보수의 가치를 지켜낸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대선 후보를 확정했으나 국민의힘은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선에 참여했던 한 전 대표는 선대위 합류를 거부한 채 뒤늦게 선거운동에 합류했고, 친한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선거 전부터 '지도부 사퇴'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경선에 참여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탈당 후 하와이로 떠났다.
대선에 진 국민의힘은 5일까지도 선거 패배에 대한 반성보다 '네 탓' 공방만 벌이며 분열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 의원들은 온라인 단체대화방과 의원총회 등에서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을 주장하며 지도부 책임론을 거세게 몰아붙였고, 친윤계는 친한계에게 당권을 뺏기지 않을 방법을 골몰 중이다.

◆총선 물갈이 못한 게 대선까지 이어졌나
당 몰락의 원인 중 하나로는 '22대 총선'이 꼽히고 있다. 당시 '물갈이' 대신 '안정'을 택하며 친윤계 중심 기득권 의원들이 대거 선수를 늘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만의 결집이 더욱 단단해졌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공천 때부터 논란을 일으켰던 '국민추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공천 과정의 투명성과 국민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모호한 기준 탓에 끝내 자격 미달의 의원만 만들었다는 푸념이 뒤따른다. 국민추천제로 텃밭 공천을 받은 5명 중 김상욱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탈당 후 민주당으로 향했다.
보수 정치권 관계자는 "그저 자기 자리만 지키려는 복지부동의 자세가 지금의 국민의힘을 만들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정치를 하다 보니 국민들께 새로운 모습은커녕 분열된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내년 지선에서 TK 외에 한 곳이라도 이기고 싶다면 지금부터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통합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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