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지금 대한민국을 경제와 안보 두 측면에서 흔들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군사·안보 방면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을 제외하면, 중국을 지목하는 대답이 가장 많을 것이다. 경제와 과학기술, 무기 등에서 미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선 중국이 여러 방법을 총동원해 한국에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어서다.
서해(西海)부터 위험하다. 한국과 중국은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해역을 잠정조치수역(PMZ)으로 설정하고 어업 이외 시설물 설치나 자원 개발을 금지키로 합의했다. 그런데 중국은 PMZ에 부표(浮標) 13개를 일방적으로 설치했다. 이를 이용해 군사 정찰과 군사 훈련도 실시한다. 서해를 자국 내해(內海)로 만들고 민간 선박과 한미(韓美) 해군 함정의 항행을 막으려는 '서해 공정(工程)'인 것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해군은 PMZ를 900차례 넘게 넘어왔다. 국제 합의는 물론 대한민국의 주권(主權)을 무시하는 폭거다. 최근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트린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의 주체는 중국공산당과 연계된 중국 해커 집단으로 모아지고 있다. 매월 사용자가 2천500만명 넘는 카카오페이의 개인고객정보를 동의 없이 무더기 빼내간 곳도 중국 알리그룹이다.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항만 크레인, 통신장비 등에는 평상시 정보 수집을 하다가 유사시 대형 사고(事故)를 일으키는 백도어 장치가 설치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한국 정부가 최근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년 동안 중국인이 한국군 기지와 국정원, 미군 항공모함 등을 몰래 찍다가 적발된 것만 13건이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주한미국대사관 신축부지 예정지, 주한미군 기지 주변 같은 '민감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와 민간인의 토지 구입이 급증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육해공(陸海空)과 사이버 공간을 망라한 중국의 움직임은 영향력 공작 차원을 뛰어넘는다. 전문가들은 "한국 접수와 복속(服屬)을 겨냥한 '은밀한 침공'"이라고 말한다.
경제·산업 방면에서 중국은 한국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과 시장 개입을 일삼는 '중국제조 2025'로 인해 한국은 조선·디스플레이·2차전지 등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뺏겼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0~1%대로 쪼그라들었고, 2023년부터 한국은 대중(對中) 무역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은 각종 과잉 생산품을 한국에 저가(低價) 덤핑 수출한다. 약한 나라 경제를 인정사정없이 파멸시키는 세계 경제의 포식자(捕食者) 모습이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한국이 중국 경제에 종속된 하청(下請) 국가로 추락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빼면 한국이 확실한 경쟁력 우위를 가진 분야는 사라졌고, 인재와 시장·기술에서 중국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왜 우리나라의 특급 군사·안보 기밀과 개인정보, 첨단 기술을 송두리째 빼내려는 걸까? 중국몽(中國夢) 완성이라는 국가 목표 아래 한국에 대한 영향력과 장악력을 극대화해 과거와 같은 조공국 관계를 복원하려는 의도 말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을 깔보는 '하대(下待)'는 이미 시작됐다.
"중국은 큰 산, 한국은 작은 봉우리"라며 조아린 문재인 대통령조차 2017년 12월 중국 국빈방문시 10끼 중 6끼를 '혼밥'하는 치욕을 겪었다. 그 여파로 2015년 37%였던 한국인의 반중(反中) 감정은 지난해 71%로 치솟았다.(미국 퓨리서치센터)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7명이 중국에 등을 돌렸는데도, 일부 엘리트들은 시대착오적인 말과 행동을 계속한다는데 있다. 많은 국회의원들은 간첩죄 적용 범위를 중국 등 '외국'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반대한다. 교수와 지식인 가운데 중국의 잘못된 행위를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이들을 찾기 힘들다. 대다수 시민단체들은 반일(反日)·반미(反美) 시위에는 열심이지만 반중(反中) 시위는 '남의 일'로 여긴다.
이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의 지식인·엘리트들이 중국의 만행(蠻行)을 규탄하고 '공자학원' 같은 준(準)공작기관 폐쇄에 앞장서는 것과 대비된다. 국민과 동떨어진 한국 엘리트들의 생각과 판단의 기준은 무엇인가? 혹시 중국이 베푸는 향응과 사적 이익 때문에 중국의 악행(惡行)에 침묵·동조·옹호하는 것은 아닌가? 국내외 정세가 아무리 급변해도, 대한민국을 외세에 팔아넘기려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尹이 홍준표 국무총리, 유승민 경제부총리, 이준석 당대표 체제로 운영했다면…"
홍준표 "김문수 패배, 이준석 탓·내 탓 아냐…국민의힘은 병든 숲"
김문수 '위기 정면돌파', 잃었던 보수 청렴 가치 드러냈다
李 대통령 취임사 "모두의 대통령 되겠다…분열의 정치 끝낼 것"[전문]
국힘, 당론 반대했지만…'거부권'도 없는 막막한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