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탈락에도 지킨 약속, 정당 넘은 생명 우선 행정 기록
새벽 3시, 헬기 소리에 잠을 깬 도심의 어둠을 가르며 생명을 싣고 날아오른 구조팀 뒤에는 보이지 않는 결정이 있었다.
정치적 셈법보다 생명을 우선시한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선택, 그 중심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있었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중증외상센터 설립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재정난과 관료주의를 정면으로 돌파한 그의 집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2012년, 보건복지부는 아주대병원을 권역외상센터 지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국종 교수와 그의 의료진은 석해균 선장을 포함한 중증외상환자 치료의 최전선에 서 있었고, 언론을 통해 이들의 헌신이 널리 알려지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복지부의 결정은 이들을 제도권 바깥으로 밀어냈고, 의료계 안팎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에 김문수 지사는 이례적으로 직접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경기도와 아주대가 국내 최초로 항공응급의료시스템을 가동해 100여 명의 생명을 구했다"며 복지부의 선정 기준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동시에 그는 중앙정부에 심사위원 명단과 평가자료 공개를 요구하며 정부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자리에는 이국종 교수도 함께하며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더했다.
당시 경기도는 가용재원 5천억 원 구조조정을 진행할 만큼 재정 상황이 어려웠다. 실무진은 중증외상센터 건립비로 20억 원만 반영하려 했으나,
김 지사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말과 함께 80억 원으로 증액된 예산이 2014년 경기도 본예산에 반영됐다. 정치적 부담과 행정적 한계를 모두 떠안은 결정이었다.
예산을 확정하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경기도의회는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이었고, 김문수 지사는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적을 초월해 의원 개별 접촉과 설명회를 거듭하며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결국 2015년까지 총 200억 원의 예산이 경기도에서 아주대병원에 지원되기로 결정되면서 외상센터 건립은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다.
김 지사는 정책적 추진에만 그치지 않고, 현장 의료 시스템의 기반 마련에도 직접 나섰다. 2011년부터 경기도는 'HELI-EMS(헬리콥터 응급의료시스템)'를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이는 경기도 소방헬기와 병원 의료진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중증외상환자를 신속히 이송하는 체계로, 이국종 교수팀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실행됐다. 언론에서는 이를 '석해균 프로젝트'로 소개하며 응급의료체계의 혁신적 모델로 주목했다.
건물 신축과 수술실 설치 등 하드웨어 지원 외에도 김 지사는 의료진 충원, 병상 확대, 중앙정부와의 협력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체계적 지원을 지시했다.
실무진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는 타협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외상센터 운영의 기틀을 완성해나갔다.
이국종 교수는 김문수 지사의 지원에 대해 여러 차례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저서 『골든아워』에서 "김문수 지사는 당적과 관계없이 도의회 다수당 의원들을 설득했고, 정당을 초월해 생명을 살리는 일에 하나로 뭉쳤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시 공직자들이 움직인 데에는 김 지사의 결단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회고했다.
아주대병원은 2013년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로 재지정됐고, 이후 중증외상 진료체계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중앙정부의 기존 판단을 뒤집고, 지방정부가 주도해 외상환자 치료 기반을 마련한 드문 사례로 기록됐다.
김 지사의 행정적 개입은 정치권 안팎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당 간 대립을 넘어서 협력과 설득을 통한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생명 앞에서는 정치가 뒷전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남았다.
실무진에서조차 회의적이던 외상센터 건립 사업이 실제 착공에 들어가기까지, 김문수 전 지사는 현장을 뛰어다니며 조율자 역할을 자처했다.
국비 80억 원까지 더해진 총 280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아주대병원은 세계적 기준의 외상센터를 갖추는 데 필요한 최소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후 이국종 교수는 국내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했으며, 그가 설립에 힘쓴 외상센터는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거점이 됐다.
이 모든 과정의 이면에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는 예외가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정치적 손익을 넘어선 결정을 내린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선택이 있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그 결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외상센터 복도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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