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21대 대선이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체로 대통령 선거는 전임 대통령이 잘하면 정권을 재창출하는 반면, 잘못하면 정권 교체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대선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직후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대승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 주 여론조사부터는 이재명⋅김문수(국민의힘) 후보 간 격차가 10%포인트(p) 전후 또는 이내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기 이전과 비교해 보면 큰 폭으로 좁혀진 것이다. 그럼 두 후보 간 격차가 좁혀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보수 결집과 중도층 표심 때문이다.
매번 선거에서 중도층은 스윙보터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면서 선거의 판세를 바꾸었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중도층의 특징은 첫째, 정치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투표를 한다. 정치 무관심 또는 냉소층과는 구분된다. 둘째, 중도층은 특정 정당이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셋째, 학연·지연·이념보다는 실용·실리를 중시하여 선거에서 비전이나 정책·공약을 살핀다. 그래서 경제적 문제에 관심이 크다. 넷째, 그러다 보니 비합리적인 후보 단일화 같은 선거 공학이나 2분법적 프레임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투표하는 중도층의 유동성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러한 중도층의 성향으로 인해 보수와 진보 진영이 결집함에도 불구하고 선거 판세가 막판에도 유동적이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특징은 이러한 중도층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한길리서치 5월 17~19일 조사 30.6%, 갤럽 5월 20~22일조사 32.6%). 그래서 그만큼 영향력이 더 커졌다. 이러한 중도층 기준으로 볼 때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가 김문수와 이준석(개혁신당 대선후보) 단일화 논란이다.
선거 막판으로 오면서 이재명과 김문수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듬에도 불구하고 조바심에 국민의힘에서 단일화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 단일화는 중도층의 시각에서 보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단일화의 명분이 약하다.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이는 탄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이 혁신해서 변하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재명이 대통령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국민의힘이 먼저 변하고 혁신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두 번째는 단일화 방식의 문제다. 단일화는 상대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현재 국민의힘의 단일화는 사전 조율 없이 공세적이고 일방적이다. 상대가 하지 않겠다는데 집요하게 스토킹하듯이 한다. 마치 백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듯이. 그러면서 이준석에게 후보 사퇴를 하라는 것이다. 마치 이준석 당대표 축출하듯이 하고 있다.
세 번째는 단일화를 할 방법이 없다. 여론조사라고 하지만 여론조사가 만능이 아니다. 담판도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단일화 과정에서 신뢰를 깨 버렸다.
결정적인 것은 중도층 표심을 너무 모르고 있다. 현재 이준석 지지층은 이재명도 김문수도 싫다는 전형적 중도층의 특징 즉, '특정 정당이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이다. 이들이 김문수가 싫어서 이준석을 지지하는데,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이준석 지지표가 김문수로 온전하게 간다는 보장도 없다. 이미 여론조사에서도 단일화 효과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힘당에서는 단일화를 밀어 붙이고 있다. 지난번 당의 공식 후보를 선출하고서도 한덕수와 또다시 단일화를 추진하다 역풍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전략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한 전략 빈곤의 정치 공학이 재현되고 있다. 그 결과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이후 김문수의 입에서 나오던 정치 개혁이나 개헌, 이재명에 대한 공세도 지난 주말부터 단일화에 묻혔다.
한마디로 김문수조차 단일화의 블랙홀에 빠져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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