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충격' 1분기 성장률 19개국 꼴찌

입력 2025-05-11 20:35:30

소비·건설 내수 구조적 취약…한국 경제의 핵심 약점 지적
트럼프 관세 영향 시작되면 올 1% 넘기기 쉽지 않을 듯

대표적인 서비스 내수 업종으로 꼽히는 숙박·음식점업이 통계 집계 이래 전례 없는 장기 불황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로 1년 전보다 3.8%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 5월부터 지난 2월 사이에 작년 1월만 제외하고는 내내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식당가. 연합뉴스
대표적인 서비스 내수 업종으로 꼽히는 숙박·음식점업이 통계 집계 이래 전례 없는 장기 불황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로 1년 전보다 3.8%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 5월부터 지난 2월 사이에 작년 1월만 제외하고는 내내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식당가. 연합뉴스

1분기 한국 경제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와 건설 부문의 위축이 뚜렷하게 드러나며 내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에 따르면 한국은 -0.246%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 성장률을 공식 발표한 19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이번 조사 대상국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8개국과 중국이 포함됐다. 아일랜드(3.219%)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이어 중국(1.2%), 인도네시아(1.124%) 순이었다. 한국과 GDP 규모가 유사한 스페인은 0.568%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캐나다(0.4%), 이탈리아(0.26%), 독일(0.211%), 프랑스(0.127%) 등 주요 유럽 국가들도 모두 플러스 성장을 나타냈다. 미국도 -0.069%로 소폭의 역성장에 그쳤다.

일본과 영국은 아직 공식 수치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가 집계한 주요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각각 -0.1%, 0.6%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분기별 성장률이 계속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1.3% 성장률로 상위권(6위)에 올랐지만, 2분기 -0.228%로 급락한 이후 3분기 0.1%, 4분기 0.066%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년간 마이너스에 가까운 성장률이 반복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내수 부진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여건도 악화됐지만,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는 소비와 건설 등 내수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가계부채가 많은 데다 물가도 높아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며, 건설 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장기간 침체 국면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민간소비는 -0.1%로 다시 뒷걸음쳤으며, 건설투자 역시 지속적인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본격적으로 하반기 미국 관세정책의 충격이 시작되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1%를 넘기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이미 1분기 역성장한 한국 경제가 올해 연간 1%라도 성장하려면 나머지 2·3·4분기 평균 성장률을 0.40∼0.45%(전분기 대비)로 유지해야 한다.

한은은 정부가 편성한 13조8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올해 성장률이 약 0.1%포인트 정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