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창-이종철] 김문수 후보의 공식

입력 2025-05-15 12:57:43 수정 2025-05-15 12:58:38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떨어지는 순간까지 내가 된다고 생각하다 떨어지는 게 선거다. 떨어지고 나서야 내가 떨어졌다는 것을 안다. 떨어지고 후회한들 소용없다.

선거는 명확하다. 승리의 공식은 언제나 분명했다. 그 공식을 알지만 그 공식대로 못하는 게 역시 선거다. 워낙에 밭이 험지인 곳에서는 어떤 공식도 공염불이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는 그렇지 않다. 그 공식대로 하면 된다. 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다. 잘 할 줄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워한다. 오늘도 거리에서 만난 수많은 유권자들은 너무나 안타까워 죽을 지경이다. 대구나 경상도의 지지자들은 그래도 내가 지지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서울 험지에서는 어떤가. 아무리 험지라 해도 약 30%는 보수 정당을 찍는 유권자들이다. 이들은 나라 걱정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손 꼭 잡고 제발 좀 되어 달라고 호소한다. 되는 것 좀 보여 달라고 한다. 아무리 찍어주어도 보수 정당이 안되는 것이다. 무려 수십 년 동안 한번 볼까 말까다. 여기서는 적어도 중도층의 여지가 있는 유권자들은 물론 상대 진영의 표심까지 흔들어야 겨우 될까 말까다.

현재 대통령 선거의 판세가 비슷하지 않을까? '죽었다 깨나도' 30%는 나올 것이다. 그래도 대선은 잘 나오는 곳에서 메울 수 있어, 좀만 하면 40%는 거뜬히 받을 것이다. 그러나 당선은 51%다. 그 차이 10%는 그 40%보다 몇 곱절은 힘든 수치이다. 분명한 것은, 그걸 가져오지 않고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10%가 바로 중도층이다. 크게는 30~40%를 차지하는 중도층, 좁게는 약 20%를 차지하는 중도층의 민심의 절반만 가져오면 선거는 승리한다. 그 중도층은 바로 대한민국 정치 방향의 풍향계이다.

그렇다고 정치공학적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정치공학적으로는 20%일지 몰라도 그 20%는 마치 섬처럼 별도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보수-진보, 진보-보수 100% 안에서의 복잡한 표심들이 수많은 알고리즘을 통해 이리 움직였다 저리 움직였다 하며 이합집산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그 접점 중간 지대의 층이기에 단지 20%가 아니라 100%의 표심을 대표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 20% 중 10% 이상이란 것도 내가 중도층 20%를 다 잠식하고도 더 치고 나가서 대강 유권자 70%를 공략할 정도가 되어야 안심하고 오는 것이다. 즉 50%에서 1%만 더하면 승리하는 수치가 아니라 중원을 지나 상대를 공략할 정도의 공격성을 보일 때, 역으로 설령 밀리고 밀려도 확실히 신승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과연 그 20%를 지향하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가? 100%의 복잡한 알고리즘을 공략하면서 민심을 얻기 위한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는가? 그래서 최종적으로 그 20%의 10% 이상을 가져와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으로 가고 있는가?

그런데 김문수 후보는 이제 30% 언저리를 확보하면서 좀만 하면 된다 된다 하고 있는 모습은 아닌가? 중원의 20%는, 많게는 30~40%는 쳐다도 보지 않는데, 냉랭하게 얼음장인데 그저 좀만 하면 될 것처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좀만 하면 10%는, 아니 잘 하면 그보다 더 올 것이다. 그래도 안타까워서, 그래도 저 놈은 아니니까 썩 내키지 않아도 이 놈을 뽑아야지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들 그게 승리는 아니다. 승리는 고사하고 그 인식의 괴리로 치면 한참 멀기만 하다.

명확한 공식은 이 중도층을 잡는 것이다. 오늘 국민의힘에 국민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가? 비상계엄 사과하고 헌법재판소의 8대 0 탄핵 심판 수용하고, 어제의 국민의힘 정부의 부족했던 점과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오늘의 국민의힘을 과감히 환골탈태하는 것이다.

이게 과한 것인가? 게다가 미래 비전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상처난 사람은 국민이기에 시간을 끌어서도 안되고 국민이 놀랄 만큼 먼저 해도 모자랄 판이다. 민주당이 진짜 잘못됐지만 우리가 정말 잘못했다고 진실되게 반성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면 20%의 중도증과 30~40%의 중원은 물론 상대 진영까지 위협할 만큼 국민의 민심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색이 집권 여당이 정말 잘못하고도 야당이 얼마나 잘못됐냐며,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탓하듯이 한다면, 그렇게 계속 간다면, 정작 자신은 뭉개면서 상대를 향해서만 고래고래 소리지른들 과연 국민의 마음이 움직일까. 어찌 움직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