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책 정거장' 문 열어

입력 2025-05-11 15:21:36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 '아이사랑 도서관' 운영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들과 칠곡휴게소 관계자가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들과 칠곡휴게소 관계자가 '아이사랑도서관'앞에서 기증 도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전국 최초로 경북 칠곡군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칠곡휴게소 안에 '책 정거장'이 문을 열었다.

11일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 안에 마련된 '아이사랑 도서관'이 지난달 15일 개관한 것.

아이사랑 도서관에는 3천여권의 책이 비치돼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인 1천500권은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들이 직접 기증한 책이다.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들은 가족 여행길에 잠시 머무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책이 머물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아이사랑 도서관을 구상했다.

회원들은 가정과 아파트 작은도서관 등에서 어린이 책을 모았고, 낡거나 부적절한 책은 제외한 뒤 깨끗하고 유익한 책만 선별해 정리했다. 분류와 진열, 책장 설치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20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은 각자 한 달에 1~2회씩 도서관을 찾아 책 상태를 점검하고, 새로운 기증 도서를 채워 넣는다. 청소년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힘을 보탠다. 단순한 기증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살아 있는 도서관이다.

아이사랑 도서관의 운영 방식은 더욱 파격적이다.

이름도 적지 않는다. 반납일도 없다. 책을 빌려도 되고, 가져가도 되고, 다 읽은 책을 다시 꽂고 가도 아무도 묻지 않는다. 대출 기록도, 반납 기한도 없다. 전적으로 자율에 맡긴 방식이다.

아이사랑 도서관은 개관 한 달여가 지났지만 가족 단위 이용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들이 책을 꺼내는 동안 부모는 잠시 앉아 쉬어가고, 어떤 가족은 책을 몇 권 챙겨 가기도 한다. 칠곡휴게소의 풍경이 달라진 것이다.

아이사랑 도서관은 단순한 휴게소 편의시설을 넘어 고속도로라는 독서 사각지대에 문화 공간을 심은 전국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업을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 하행선 방향과 동명휴게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들이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들이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 '아이사랑도서관'에서 책 상태를 점검하고 진열을 정리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김명신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장은 "휴게소는 많은 사람이 오가지만, 책은 늘 소외된 공간이었다"며 "책 한 권이 아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회원들이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고속도로를 지나는 수많은 가족들에게 칠곡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문화의 정류장'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책 정거장은 칠곡이 추구하는 사람 중심의 인문학을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