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중동분쟁…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가자점령 공식화

입력 2025-05-06 15:23:37 수정 2025-05-06 20:50:48

'기드온의 전차' 작전 계획 만장일치 승인…병력 수만명 동원
부정적 시각도 "하마스 완전히 제거, 군사력만 해결 어려울 것"
이란 "이스라엘, 미국 끌어들여 중동분쟁 조장 말라" 경고도

이스라엘이 군사작전 확대를 통해 가자지구 점령에 나섰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인접한 위치에서 이동식 대포의 정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군사작전 확대를 통해 가자지구 점령에 나섰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인접한 위치에서 이동식 대포의 정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군사활동 확대에 나서면서 중동의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향해 '가자지구 영토 점령' 의사를 공식화했고, 멀리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를 겨냥해서는 보복 공습도 단행했다. 중동분쟁의 한 축인 이란은 이스라엘이 미국을 끌어들여 중동분쟁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지상군 수만명 투입 가자 점령 목표

5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재 회의에서 '기드온의 전차' 작전 계획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작전 계획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영토를 유지하는 구상이 포함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스라엘군은)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점령 구상을 공식화했다.

그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향한 폭격을 거듭하면서도 지상군은 주요 회랑 근처의 완충 지역에만 주둔하며 하마스 거점을 공격한 뒤 철수하는 방식의 작전을 채택해 왔다.

이스라엘 내각은 작전 확대를 위해 수천 명의 예비군 동원을 승인했다. 동원 병력은 장기적으로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은 같은 날 후티가 장악한 예멘 서부 해안 도시 호데이다의 항구에 대해 20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포탄 50발을 투하하는 공습을 단행했다.

이스라엘은 5일(현지시간) 후티가 장악한 예멘 서부 해안 도시 호데이다의 항구에 대해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했다. 5일 예멘 사나의 거리를 한 사람이 모조 미사일로 장식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5일(현지시간) 후티가 장악한 예멘 서부 해안 도시 호데이다의 항구에 대해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했다. 5일 예멘 사나의 거리를 한 사람이 모조 미사일로 장식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군사작전 확대 실질적 효과는?

군사작전 확대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이스라엘군의 정보 책임자로 수년간 복무했던 타미르 헤이만은 압도적 군사력으로 하마스를 압박하는 시도가 전쟁이 1년 6개월간 늘어지면서 소용이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테러집단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난제를 군사력만으로 해결한다는 게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군사작전 확대 때문에 오히려 다수의 인질이 하마스에 억류된 상황에서 긴장만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또 가자지구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 등 민간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피해만 키울 우려도 있다.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의 실효성을 두고도 회의적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간 후티 반군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미국의 거듭된 공격도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해상 활동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교착 국면에 머문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확대가 이란을 자극해 중동 정세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 "美 끌어들여 분쟁 조장 말라"

이란은 이스라엘 군사작전 확대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미국을 끌어들여 분쟁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미국 정부 내부에 직접 간섭해 중동 지역의 또 다른 재앙 속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이란에 대해 어떠한 오판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는 이란이 미국과 직접 벌이는 핵 협상의 주도권 다툼과도 무관치 않다. 양국은 지난달 12일을 시작으로 세 차례 회담을 진행했지만 이달 3일 잠정 예정됐던 4차 협상이 연기되는 등 주요 쟁점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협상에서 이란 측은 핵무기 개발이 아닌 민간용도 우라늄 개발은 인정돼야 하며, 탄도미사일은 협상 의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 완전 제거와 탄도미사일 생산 저지 방안 등이 협상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