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2천만원 들인 달서구 스마트 경로당, 2년째 이용률은 54%

입력 2025-05-05 16:13:02 수정 2025-05-05 21:02:55

110곳 중 60곳 활용…자리 잡지 못한 사업에 유지비만 1억
달서구 "기기 이전·수요조사로 대책 찾겠다"

지난달 22일 본동경로당에 있는 스마트경로당 모니터가 꺼져 있다. 모니터 앞에는 작은 티비와 집기가 널려 있는 모습. 정두나 기자
지난달 22일 본동경로당에 있는 스마트경로당 모니터가 꺼져 있다. 모니터 앞에는 작은 티비와 집기가 널려 있는 모습. 정두나 기자
스마트경로당 화면을 통해 생활체육 프로그램이 송출되는 모습. 정두나 기자
스마트경로당 화면을 통해 생활체육 프로그램이 송출되는 모습. 정두나 기자

지난달 22일 찾은 대구 달서구 본동 스마트 경로당에서는 '생활체조' 프로그램이 송출되는 시간이었지만 모니터는 꺼져 있었다. 모니터 앞은 쇼파, 텔레비전, 집기 등으로 가로막혀 있었고 프로그램 참여에 필요한 절차가 8단계나 돼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었다.

이용자 최모(80) 씨는 "2층에 스마트 경로당 모니터를 설치해뒀는데, 다리가 아파 2층까지 올라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 시간에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지도 몰랐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가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스마트 경로당'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시행 2년이 흘렀지만 시설 내 프로그램 활용도는 저조한 가운데 연간 유지비만 1억원이 들고 있다.

달서구는 지난 2023년 4월 총 10억 2천만원을 투입해 스마트 경로당 110곳 조성을 마쳤다. 스마트 경로당에서는 비대면 화상시스템을 통해 지역 내 설치된 스튜디오에서 송출하는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경로당과의 차별점이다. 스튜디오와 양방향 소통도 가능하고 다른 경로당과도 화상으로 즉각 소통할 수 있다. 각종 정보 영상을 언제든 틀어볼 수 있는 추가 기능도 갖췄다.

문제는 사업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프로그램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스마트 경로당 110곳 가운데 노래교실과 운동교실, 웃음교실 프로그램 참여자가 있는 경로당은 약 60곳으로, 전체의 54%에 불과하다. 나머지 50곳은 프로그램 영상 송출 시 모니터조차 켜두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달서구는 스마트경로당활동지원가 30여 명을 각 경로당에 파견해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경로당 수에 비해 지원가 수는 턱없이 적다. 게다가 지원가가 파견돼도 프로그램 참여를 강요할 수도 없다.

저조한 이용률에도 스마트 경로당 유지보수 및 프로그램 운영에만 연간 1억원이 넘게 들고 있다. 달서구는 지난해 유지보수 비용에 1억원, 통신비에 3천만원을 투입했고, 프로그램 운영에는 2천 700만원이 들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달서구청은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사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기기를 활용하지 않는 경로당의 경우, 참여를 원하는 다른 경로당에 기기를 이전하겠다"며 "매년 수요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수요자가 듣고 싶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참여율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